2025년 3월 31일 을사년 기묘월 기해일 음력 3월 3일
열흘 만에 미얀마에서 돌아온 의원님께서 밀크티 네 봉지를 사 오셨다. 나와 나의 형제, 그리고 구의회와 시의회에 하나씩 전달할 예정이라나. 정확히는 나의 형제는 그것을 좋아하는 게 확실하지만 나는 확실하지 않아 물어보고 주려고 했다는 모양이다. 나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이미 뜯은 봉지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애매하니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일관적이지 않은 입맛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에 안 들면 안 먹어 버리는 녀석이니 합리적인 판단이긴 하다.
그리하여 어제는 미얀마에서 온 밀크티를 한 잔 먹어봤다. 티백이 아닌 가루 형태로 된 녀석으로, 뜨거운 물 150ml를 넣으면 된다나. 보다 진한 맛을 원한다면 우유에 타 마셔도 좋다는 모양이다. 일단은 가장 기본이 되는 뜨거운 물을 부어 마셔 보았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나는 밀크티 본연의 맛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주로 마시는 밀크티는 타피오카펄과 함께 버블티의 형태로 제조된 것이나, 아니면 차이티처럼 향신료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차이티도 그 향신료의 풍미를 기대하며 주문했는데 보통의 밀크티에 가까운 메뉴가 나오면 실망하곤 했다. 그러니 맛있는 제품인지와는 별개로 순수한 밀크티 녀석이 내 마음에 들 리가 없지. 내 몫이었던 밀크티 한 봉지는 누구에게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랑은 이제 상관없는 일이다.
내가 밀크티를 처음 접했던 게 아마 중학생 때였던가. 순수한 밀크티는 아니고 버블티의 형태로 처음 접했다. 당시에 유행처럼 버블티 가게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대로 만들지 못해 음료와 펄이 따로 놀고 때로는 고무 씹는 것 같은 버블티를 팔기도 했던 그 시절. 동급생이 사준 아마스빈 버블티는 꽤 괜찮은 녀석이었다. 그 뒤로도 아마 고등학생 때까지는 버블티를 종종 사 먹곤 했다. 다양한 맛이 있었지만 나는 항상 아쌈이나 블랙티 계열만을 선택했다. 요즘은 공차의 미니펄망고크러쉬를 즐겨 마시지만 그걸 먹기 시작한 건 1년도 안 된 아주 최근 일이고, 그전까지는 늘 밀크티 베이스의 버블티만을 먹었다. 그러고 보면 커피 계열도 대학생 때 코코넛 커피 스무디 계열의 메뉴를 처음 접하기 전까지는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테이큰커피의 샷코코넛스무디, 아마 지금은 코코넛위드샷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텐데, 아무튼 그 메뉴로 순수 커피가 아닌 녀석도 마시게 되었고, 그 이후에 친구 영향으로 민트초코 계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여간 새삼, 버블티도 커피도 다른 메뉴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메뉴는 코코넛 계열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향신료 가득한 밀크티는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나의 형제의 이전 직장에서 진행한 플리마켓에서 나의 형제가 차이티 원액을 사 온 게 아마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을 텐데.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먹어 본 결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차이티는 다들 애매한 맛이다. 향신료 맛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향신료 맛이 날 걸 생각하고 안 사 먹고, 향신료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향신료 맛을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더 이상 안 사 먹고, 그래서 결국 아무도 안 사 먹어서 단종될 맛이다. 차라리 아예 향신료를 강하게 해서 마니아층을 노리는 편이 더 수요가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냥 원액을 사서 직접 타먹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카페에서 그 녀석을 마주하게 되면 괜히 기대를 품고 주문하게 된단 말이지. 내 생활권 안에 있는 어딘가에서 충분한 향신료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녀석이 출시된다면 단골이 될 의향이 있는데 언제쯤에나 만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