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4일 목요일 을사년 경진월 계해일 음력 3월 27일
가끔 보면 나는 게임보다도 공부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 4를 방치해 두고 공부할 것을 찾는 녀석이라니. 한창 흥미로운 분야를 찾지 못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지내다가 연초에 친구들이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걸 보고 흥미를 느껴 나도 자격증이나 따볼까 같은 소리나 하고 말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니 정보처리기사를 따 보면 어떻냐고 해서 사전지식만으로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그 뒤로는 기술교육원에서 꾸준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역시 아무것도 안 할 때보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 많이 좋다.
지난 주말에는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을 보고 왔다. 시험 전 날에서야 교재 1회독을 마쳤다. 내가 산 건 아니고 2020년 개정 직후에 나의 형제가 공부하던 교재다. 지난겨울에 집에서 처분하려고 쌓아둔 책들 사이에서 읽을 만한 녀석들을 챙기면서 형제가 내놓은 교재를 주워 왔다. 2020년 개정 이후로 크게 바뀐 건 없겠지만 출제 경향은 조금씩 바뀌었을 텐데 그걸로 한 바퀴 가볍게 돌아보고 시험을 보러 가다니, 졸업한 지 한참 지나 많이 까먹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으리라는 자기 확신이다. 그래도 일단은 150분 시험 중 70분 만에 모든 답안을 작성하고 나왔으니 된 거 아닐까. 확신이 안 서는 문제도 몇 개 있었지만 기능사 필기시험 때도 그랬듯이 더 붙잡고 있는다고 기억날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합격 기준이 70점인 줄 알았는데 60점이더라. 왜 필기 60 / 실기 70이라고 생각했지? 70점은 조금 자신 없었는데 60점은 충분할 것 같기도 하고. 6월에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을 보고 느낀 건데 정보처리기사보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이 훨씬 유용해 보인다. 체감상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은 컴퓨터공학과 전공 시험을 몇 과목 짜집기 해놓은 느낌? 비전공자라면 모든 걸 독학해야 해서 어려울 수 있겠지만 학교 다니면서 공부를 좀 한 전공자라면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따로 공부 안 하고 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는 아니고 적당히 공부했던 3점대 중반의 졸업한 지 4년 정도 지난 전공자 입장에서는 복습하는 느낌으로 몇 년 전 교재를 한 바퀴 돌아본 것만으로 충분한 난이도였다. 시험 준비도 하고 몇 번의 시도를 했다는 비전공자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번 시험이 어려운 편이었다는데도 말이다.
최근에는 기술교육원 수업을 마치고 공부를 하다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마치고 나니 왠지 허전한 느낌이다. 기능사 자격증 준비는 Adobe 제품군이 설치된 기기가 필요하니 기술교육원에서 한두 시간 더 하다 오는 것이 고작이고... 저녁이나 주말에 취미로 할 만한 공부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작년에 토익/토플 교재 나눔 지원사업에서 받아 온 토익 교재가 있고,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흥미를 느꼈던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도 괜찮아 보이고... 그런데 이 녀석도 MS오피스 제품군이 설치된 기기가 필요하긴 하겠구나. 역시 아무 데서나 공부하기 좋은 건 토익인가. 근데 토익은 뭔가 끝이 없는 느낌이란 말이지... 주변에 의견을 물었을 땐 토익 3표, 컴퓨터활용능력 3표, 그걸 왜 재미로 해요 1표였다. 일단 요 며칠은 이것저것 일정이 있으니 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