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6일 토요일 을사년 경진월 을축일 음력 3월 29일
몇 년 동안 미뤄왔던 사랑니 발치를 드디어 마쳤다. 뽑긴 해야 하는데 하며 미루기 시작한 게 아마 5년 전부터였을 것이다. 언젠가의 기억에 의하면 사랑니가 괜찮게 나 있는 편이라 불편한 게 없고 관리를 잘할 수 있으면 안 뽑아도 된다고 하긴 했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많이 피곤하면 오른쪽 아래 사랑니 부근에 치통이 느껴지는 게 거슬리더라. 몇 개월에 한 번 정도 잊고 지내다 보면 한 번씩 통증이 느껴지곤 했는데, 이번 봄 들어서 왠지 잘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랑니가 꽤나 썩어 있던 게 영향을 준 것 같다. 듣자 하니 썩은 것만으로는 틍증을 유발하지 않는데 많이 썩으면 염증이 신경과 닿아 통증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모양이다. 결국 '불편한 게 없고'도 '잘 관리할 수 있으면'도 충족되지 않게 되어 버려 뽑아버리기로 했다.
세상은 넓고 치과는 많다. 그리고 사랑니 발치로 고통을 느꼈다는 인터넷상의 소문도 많다. 치과라고 다 같은 치과가 아니고 각자 전문 하위 분야가 있으니 사랑니 발치 키워드가 있는 곳으로 가라느니 무슨무슨 전문의가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느니 의사를 잘못 만나면 안 아플 것도 아프다느니 하는 이야기들. 몇 날 며칠 죽을 먹으며 일반식을 그리워하고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을 고통받는 사람들. 이빨의 상태나 의사의 숙련도, 그리고 개인의 입안 신체 구조 등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크다고 하더라. 어디로 가면 잘 뽑을 수 있을까 하다가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지하철역 출입구 부근의 배너 광고에서 만난 사랑니 발치 키워드가 있는 치과를 검색해 보고 후기도 괜찮아 보여 바로 예약해 버렸다.
기술교육원 온라인 수업으로 일찍 끝나는 금요일, 두 번의 금요일에 걸쳐 사랑니를 다 뽑았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퇴화하고 있는 녀석이라는데 왜 나에게는 네 개가 다 있는지. 주변에도 네 개가 다 있다는 사람이 많긴 하더라. 가끔 세 개 있었다는 사람들도 있고. 상당히 오랜만에 치과에 간 거였는데, 아마 성인이 된 이래로 치과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건강관리협회에서 국가건강검진을 할 때 구강검진을 한 게 그나마 관련 있는 유일함이었다. 구강검진에서도 이빨 썩은 것에 대해 지적을 하긴 했었는데 심하진 않다고 해서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다가, 이걸 너무 방치하면 '심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들었다. 청년 커뮤니티에 사랑니 뽑으러 갈 건데 치과를 너무 오랜만에 가서 썩은 이도 어떻게 좀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레진으로 때울 수 있을 때 조치를 취해 놓으라고들 하더라.
지난주에 오른쪽 두 개를 뽑았을 때는 주말 동안 뻐근한 감각이 느껴지고 며칠 더 지나자 식사할 때 거슬리는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괜찮았고 수요일쯤 되니까 이 닦을 때 조심해서 닦는 것 말고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식사도 발치 당일에만 죽을 먹고 다음날부터 일반식을 먹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지난주 토요일에는 사랑니를 뽑은 지 만 24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메뉴 선택권이 없는 상태로 쌈밥을 먹으러 갔잖아? 입 벌리는 게 조금 불편하고 음식이 자꾸 오른쪽으로 넘어오려고 하는 것만 빼면 괜찮긴 했다. 통증도 약빨을 잘 받는지 당일에만 고통받다가 다음 날 되면 살짝 거슬리는 감각이 느껴지는 정도가 다더라. 어제는 침을 삼킬 때도 압력 때문에 통증이 느껴졌는데 오늘은 재채기를 해도 아프지 않다. 확실히 회복은 빠른 편이다. 아니면 그냥 항생제와 함께 처방해 주신 소염진통제의 효과가 좋은 것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