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잠

2025년 4월 30일 수요일 을사년 경진월 기사일 음력 4월 3일

by 단휘

잠이라는 건 참 흥미롭다. 그 목적과 기능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고 전부 가설뿐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어쩌면 작중에서 피크민인지 아닌지조차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반짝 피크민과 비슷한 거 아닐까. 자는 동안에는 피로도 해소되고 뇌 속의 정보가 정리되며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확실히 체력이나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 회복 기능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긴 한데, 깨어 있는 하루의 3/4 시간보다 잠을 자며 보낸 하루의 1/4 사이에 잇몸이 더 많이 회복되어 있는 걸 보며 새삼 그걸 느낀다. 사랑니 발치 부위를 혀로 자꾸 건드리면 덧날 수도 있어 주의하라고 하셨으니 이건 그만 건드려야지. 이를 닦을 때 작은 조각들이 나타나는 걸 봐서는 이 닦는 동안 충분히 빠지기는 하는 모양인데 사랑니 발치 부위에 자꾸 음식 조각이 끼려고 하더라. 그런데 하루 밤 사이에 어제보다 구멍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단 말이지.


어제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잠들었다. 기술교육원에서 나와 아무 데도 들리지 않고 집에 오는 경우에는 흔히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밖에서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은 많지 않다고 해 놓고 집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지 못한 채 바닥에 붙어 있는 건 왜일까. 워낙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보통은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채 잠을 자는 편인데, 어제는 충전하는 사이에 잠들어 버려서 수면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 충전 주기가 24시간보다 길어서 언제는 아침에 씻는 동안 충전하고 언제는 저녁에 연락 올 곳 없겠지 하고 충전한다. 후자의 경우에 도중에 잠들어 버려 수면 기록이 남지 않는 날이 가끔 있다. 기록을 남긴다고 그걸 분석하거나 변화를 살펴보는 건 아니고 그저 기록 자체를 즐길 뿐이니 문제 될 건 없긴 하지만 말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수면 관성을 이겨낼 수 있는 정도는 그때그때 많이 다르다. 때로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5시쯤 일어나 그대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때로는 알람을 끄고 미적거리다가 이대로는 지각하고 말겠다며 일어나서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기도 한다. 그 기준은 잘 모르겠다. 수면 시간이나 기상 시각 등을 분석해 보면 규칙성이 발견되려나. 90분 주기의 수면 리듬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말이다.


사실 수면 환경이 썩 좋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불을 개지 않는다면 방에 들어왔을 때 내 생활 공간 전반에 요가 깔려 있다. 넓은 요를 사용하는 건 아니고 대충 100cm x 몇이냐... 하여간 혼자 눕기 적당한 사이즈다. 그 요를 지나면 H형 책상이 있고, 책상에 앉으려면 요를 걷어내고 의자를 꺼내야 한다. 하여간 귀찮다고 이불 정리를 안 하고 살다 보니 생활 공간과 수면 공간의 분리가 전혀 안 되어 있다. 베개도 없이 쿠션 두 개와 이불을 가지고 자는 경우가 많다. 베개가 없는 건 아닌데 왠지 잘 안 베게 되더라. 생활 공간과 분리가 안 되어 있다 보니 요 위에 가방이나 책 같은 것들도 많이 굴러 다닌다. 이런 잡동사니는 바닥에 두기보다는 책장이나 서랍장 위에 올려 두는 방식으로 개선을 해야지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바닥에 내려놓곤 한다. 수면 환경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굴러 다니는 녀석들부터 각자의 자리를 찾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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