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일 금요일 을사년 경진월 신미일 음력 4월 5일
열댓 개는 되는 알림들이 쌓여 있다. 아마 그중 반 이상은 광고나 마케팅 알림일 것이다. 쌓여 있는 알림들은 대체로 필요 없는 알림이라고 확신하는 것부터 하나씩 지운 후, 남은 알림을 하나씩 확인한다. 그럴 여력이 되지 않을 때에는 조만간 확인해야지 하고 알림이 잔뜩 떠 있는 상태로 방치하다. 알림창이 깨끗하게 비어 있는 걸 선호하는 이들은 기겁을 할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알림창을 정리하겠다고 '모두 지우기'를 눌러 버리면 확인해야 하는데 누락되는 알림이 생길 것이고, 하나씩 확인하기엔 그럴 정신적 여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상태는 하루에도 오락가락하기에 연락에 대한 응답 속도는 들쑥날쑥한 편이다. 가끔은 확인해야 하는 알림인데 실수로 '알림 지우기' 당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그게 일상생활이 안 되는 수준의 상태인 건 아니다. 당장 눈앞의 것은 신경 쓸 수 있지만 화면 너머의 것은 신경 쓸 수 없는 상태다. 함께 있는 이들은 이상치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기복이니 대체로 문제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상태가 몇 날 며칠 지속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대학생 때 팀 프로젝트를 하는 기간에도 예외가 없었던 건 좀 문제였을지도. 하지만 "팀 프로젝트 기간이니까 당분간은 잘 챙겨야지!"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면 이런 얘기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립과 은둔의 늪에 빠져 있을 때 특히 심한 것 같다. 누군가는 방구석에 있을 때 핸드폰만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애초에 현실 인맥보다 인터넷 인맥이 주를 이루던 나의 20대 초중반까지의 삶에서 세상을 등진다는 건, 현실은 더 이상 등질 것도 없고 네트워크 너머의 세상마저 등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트위터에서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한동안 접속하지 않는 것을 '동결', 가끔 접속하긴 하지만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을 '반동결'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한창 심할 땐 동결이나 반동결을 자주 오갔다. 도저히 뭘 확인하고 상호작용할 여력이 안 된다고 느껴질 때 프로필에 공식적으로 동결/반동결을 표기하여 날 찾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 당시 사용하던 계정은 동결 상태인 동안 해킹 당해서 날려 먹었지만 말이다.
지금 보니 내 핸드폰에 띄워져 있는 가장 오래된 알림은 4월 29일의 흔적이다. 화요일... 수목금. 중간중간 알림을 확인하기는 했는데 확인되지 못한 채 나중에 보자고 며칠째 밀린 알림이 있는 것이다. 확인할 여력이 되는 가벼운 알림부터 확인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알림은 점점 더 미뤄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연락은 확인도 안 하면서..."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걸 아주 최근에 새삼 인지했다. 그 와중에 저 4월 29일의 알림은 아직도 눌러보지 않고 있다. 일일이 다 신경 쓰기 힘들다. 그래도 삶 자체를 놔버리고 심연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지 않도록 삶의 부차적인 영역을 일시적으로 일부 포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가끔은 역시 모든 걸 다 던져 놓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