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장마

2025년 6월 21일 토요일 을사년 임오월 신유일 음력 5월 26일

by 단휘

비의 계절이다. 눅눅하고 축축하고 꿉꿉한 계절이다. 그리고 그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에어컨을 세게 틀겠지. 긴팔 긴바지에 두꺼운 털 망토까지 겹쳐 입어도 추울 정도로 말이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때도 자율학습실에서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은 핫팩까지 사용하기도 했지. 겨울보다 여름에 핫팩 사용량이 훨씬 많았다. 핫팩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버티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여간 야외 온도에 맞춰 입으면 실내에서 춥고 실내 온도에 맞춰 입으면 야외에서 더운 계절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추위에 더 취약하기에 실내 온도에 대한 대응을 더 우선시한다. 살면서 아직 더워서 문제 된 경험은 없지만 추워서 문제 된 경험은 많으니 말이다.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는 환경에서 식사를 하다가 소화 기관이 맛탱이가 가는 상황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다.


평소에는 추위를 잘 타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타협점을 내주는 곳들도 장마철에는 습기를 제거한다는 명분 하에 에어컨을 강하게 튼다. 어제는 털 망토조차 커버하지 못하는 온도를 느꼈다. 습기를 제거하려다가 나도 같이 제거될 것만 같았다. 나의 신체는 체온 조절 능력이 좀 떨어지는 걸까. 역시 지방을 한 겹 더 확보해야 하는 걸까.


비가 많이 오면 우산을 써도 어느 정도는 옷이 젖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고 싶다가도 실내로 들어가면 추울 게 분명해 결국 긴바지를 입곤 한다. 오늘은 코엑스는 실내이긴 하지만 공간도 넓고 사람이 많으니 그렇게까지 춥진 않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 넓은 공간을 사람들 체온을 넘어서 차갑게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냉방비가 들까. 그 정도의 냉방비를 투자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좀 얇고 가볍게 입고 나가도 괜찮겠지? ...괜찮은 거 맞겠지...?


그래도 비가 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거부감은 없다. 축축해지는 게 싫어서 장화를 신고 큰 우산을 쓸 뿐이다. 작은 우산에 대한 거부감과 선크림을 바르면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는 체질로 인해 이 계절에는 커다란 우양산을 챙겨 다니고 있어 비로 인해 축축해질 일은 별로 없긴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235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