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6일 목요일 을사년 임오월 병인일 음력 6월 2일
그 어떤 이름으로 기억된들 어떤가. 어떤 식으로든 개체를 식별할 수 있다면 문제 않을까. 나 또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요즘의 내가 불리는 이름들은 대체로 그 근원은 동일하지만) 그중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개명을 한 사람의 경우 이전 이름으로 불리는 걸 꺼려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지만 (개명을 했다는 사실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 난 그저 다양한 닉네임을 병행해서 쓰는 거니까. 전에는 분야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대체로 붉은빛의 이름을 기반으로 한 바리에이션으로 통일했다. 지금 쓰고 있는 닉네임은 어느 정도 익명성을 가진 곳이 아니라면 다 그 바리에이션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기저에는 본명이 있는, 그 다양한 바리에이션들. 지금 이곳에서 쓰는 닉네임도 본명 베이스로 지어진 이름이고 투비컨티뉴드나 트위터, 인스타그램(그림 계정은 그림 대상에서 따온 이름이고 이벤트 참여 계정은 익명성을 가진 계정이고 나머지 두 개 말이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근본은 같지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 보니 대충 알아만 들을 수 있다면 어떻게 불리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두더집 커뮤니티에서 만났던 누군가가 기지개센터를 자꾸 무지개센터라고 부를 때도 짜증 났는데, 최근에는 JavaScript를 Java라고 부르는 인간들이 몇 있어 거슬린다. Java가 존재하지 않으면 Java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만 JavaScript와는 완전히 별개의 Java가 있는 상태에서 Java라고 부르니 특히 더 거슬리는 것이다. Java 한다고 해놓고 Spring 안 쓰고 Node.js 같은 거 쓰면 확 그냥 엎어버릴까 보다. 어제 낮에도 웹 디자인 수업의 쉬는 시간에 누군가 Java 소리를 해서 좀 거슬렸는데 UNI를 기억하는 사람이니 내적 친밀감을 봐서 그냥 넘어갔다. 역시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많은 게 허용된단 말이지.
가끔 보면 자기가 쓰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모든 걸 엄밀하게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지식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래픽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PNG가 Portable Network Graphic을 줄인 이름이라는 것까지는 몰라도 투명도를 지원하는 무손실 압축 방식의 이미지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으면 좋겠다던가 하는 식이다. Python 개발자라고 해놓고 Jupyter Notebook에서 쓰는 ipynb 확장자와 일반 Python 파일의 py 확장자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면 거슬릴 수밖에 없다. 확장자 이름이 다르면 왜 다른지 안 궁금해지나? 아니 애초에 학습할 때 자연스레 알게 되는 영역 아닌가?
내가 보기엔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 데에는 생성형 AI가 한몫한 것 같다.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 상태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서 생성형 AI의 응답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기본 베이스를 쌓으려고 하지 않고 무작정 생성형 AI에게 모든 걸 다 떠넘기고 그 응답을 짜깁기 하려는 이들이 종종 있다. 자기가 뭘 쓰는지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응답받은 코드로 누더기 프로젝트를 만든다거나. 그런 이들을 보고 있으면 고등학생 때 교과과정에 대한 암기만 할 줄 알고 실생활에서는 무식함을 드러내는 어느 전교권 학생에 대해 "난 멍청한 것들이 싫어"라고 느꼈던 감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Emmet을 배워 놓고도 못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직 머릿속에 구조화가 덜 되어서 헷갈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뿐 멍청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생성형 AI를 저따위로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학습 의지조차 없는 멍청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런 식으로 대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