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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Sep 30. 2024

#28 이별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갑진년 계유월 정유일 음력 8월 28일

헤어졌다. 2021년 5월 18일 밤부터 2024년 9월 29일 밤까지, 1231일의 시간 끝에. 미리 말하지만 당분간은 연애 같은 건 할 생각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그냥, 당분간은 말이다. 그게 언제까지일지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


생각해 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들도 해보고. 낯선 도시로 찾아가 보기도 하고. 어딘가에는 11명짜리 대가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그중 9명이 남았을 때 그 집에서 신세도 져 보고...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가족끼리 사적 모임 불가' 같은 농담을 들을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사람이 많은 집이란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지. 그리고 어쩌면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도 접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출판 업계 사람들, 보드 게임 모임 사람들,...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를 이들까지. 대학 졸업 후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기 전까지 알게 된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짧게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의 기억이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상호작용을 하곤 했던 것 같다.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 준 것도 많고 받은 것도 많겠지.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낯선 세계를 서로를 통해 알아가기도 했다. 이제 와서는 어디까지가 온전히 나의 것이고 어디까지가 온전히 그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것도 많다.


"애인보다는 좋은 친구이자 동료 같은, 그런 느낌으로 남았다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

"그럼 그렇게 할까?"


짧은 산책 속에서 너의 말에 대한 나의 대답, 그리고 너의 반응,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쫒았다. 이게 맞지, 이게 맞는 거지. 뭐라 정의 내릴 수 없게 되어 버렸던 관계를 재정립한다. 시간이 지난 뒤 그 모든 것들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이 모든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대로 나아가도록 하자. 삶은 역시 휴리스틱 한 선택의 연속이다.


예측 못했던 일은 전혀 아니었던 시간. 단지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을 뿐인. 그게 지금이었던 이유는, 글쎄. 전해 들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다고 밖에 못하겠네. 이반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오랜만에 꺼낸 건 아마 미정의 영향이었을까.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이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아니면 자신이 마주한 그 애의 이면을 나에게 말해두고 싶었던 걸까. 어찌 되었건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 우린 어딘가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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