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작업 속도

2025년 7월 9일 수요일 을사년 계미월 기묘일 음력 6월 15일

by 단휘

난 내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겠다. 이전에 GTQ 시험을 볼 때에도 나보다 먼저 작업을 끝내고 나가 밖에서 다른 이들을 기다리던 사람이 꽤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몇몇 사람들이 시험 끝나고 모여 같이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다나. 나는 초대받지 못했을뿐더러 병원 예약이 잡혀 있던 날이라 초대받았어도 애매했겠지만.) 그렇다고 또 느린 편도 아니고, 적당히 빠르게 작업하고 나가는 사람들 중 보통 정도? 대충 중상위권 정도의 속도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면서 내 작업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에 하나씩 새 주제가 나오는데 거의 밀리지 않고 작업을 해내고 있다. 웹 사이트 및 책자 형태로 정리하는 것도 오래 걸리는 사람이 많던데 난 일단 작업이 완료된 항목에 대해서는 다 넣어둔 상태다. 지난주에 나온 주제인 캐릭터 디자인은 아직 좀 더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마지막 주제인 BI/CIP(Brand Identity? Corporate Identity Program? 대충 로고 만들고 제품에 로고 넣고 하는 걸 하는 모양이다)의 경우 오늘 설명을 한다고 하니... 잠깐, 수료가 금요일인데 수요일에 설명해 주면 사흘 만에 완성하라는 거야? 물론 수료 끝나고도 한동안은 와서 작업하고 가도 된다고 하셨지만. 하여간 주변 분들을 보면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 및 책자에 앉히기는커녕 아직 목업도 못 만든 사람이 많고 애초에 작업 자체가 미완성인 경우도 종종 있더라.


이 속도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나는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의 늪에 잘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구현하고자 하는 퀄리티와 실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 수준의 편차를 많이 느껴와서 그런지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 70%의 완성도에서 80%의 완성도로 올리는 것보다 80%의 완성도에서 90%의 완성도로 올리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쓰이며, 90%에서 100%로 올리고자 한다면 정말 그 작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 이 주제에 대해 더 수준을 높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다른 주제의 작업을 완성하는 쪽에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실력이 더 늘면 작업 수준을 높이는 데 쓰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 완성도가 확보된 것을 개선하는 것보다 아직 미완성인 것을 완성하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현재 작업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치가 높아 그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다음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밀린 작업을 하느라 다음 것을 못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밀리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밀리기만 한다. 어차피 자신의 실력을 넘어서 수준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니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것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아, 물론 절대적인 작업 시간의 차이도 있긴 하다. 집에서 Adobe 제품군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교육원에서 하는 것만으로 이 정도나 한 거냐고 묻는 사람도 가끔 있었는데, 아무리 주말에 집에서 작업을 좀 하고 온다고 해도 그들이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보다 내가 수업 끝나고 남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더 길지 않을까. 한두 시간씩 나흘에 금요일에 세 시간쯤 하면 대충 열 시간 정도 추가 작업을 하는 건데, 주말 동안 열 시간씩 작업하고 오는 사람은 흔치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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