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반짝임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을사년 계미월 임진일 음력 6월 28일

by 단휘

반짝반짝 빛나는 걸 좋아한다. 단지 그게 귀금속류가 아닐 뿐이다. 나는 인간의 영혼이 빛나는 순간을 좋아한다. 멜로디가 반짝여서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음악도 있다. 특히 우리 듀스 형님들 노래 중에 종종 있다. 반짝여서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빠져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 좋더라. 그런 모습을 유지하는 동안은 항상 친구로 지내고 싶기도 하고.

반짝거리는 이와 협업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밤을 새 가며 작업하게 되더라도, 바쁘고 힘이 들더라도, 괜히 나도 두근거리며 같이 빛나게 된다. 반짝거리는 모든 것들은 설렘을 준다. 아름답다. 좋다. 없던 의욕도 생기는 것 같고, 같이 빛나고 싶다. 하지만 그 빛을 등지고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올 때면, 그곳은 암흑이다. 아무것도 빛나지 않는다. 스스로 빛나는 태양보다는 그 빛을 반사하는 달에 가깝다. 망의 위치일 때는 함께 빛나다가도 삭의 위치일 때는 어둠에 가깝다. 온전한 나의 빛을 찾기 전까진 반복되겠지.

때로는 여러 개의 광원을 둔다. 이 빛이 들지 않을 때는 저 빛으로 빛나고, 주변 모두를 나의 광원으로 채워 간다. 대학생 때는 그렇게 주변을 채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고등학생 때보다 많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지금은 글쎄. 주변에 빛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사회화되며 다들 그렇게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주변에서 사라지는 걸까. 빛나는 음악은 주로 갑자기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녀석들도 가끔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다른 이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 내 귀를 스친 음악 중에는 나를 향해 빛나는 녀석은 없었다.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20대 초반까지는 책을 읽지 않았고, 20대 중반 들어서 읽기 시작했으니 책을 읽어온 역사는 몇 년 안 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거의 바로 도서전 구경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책을 안 읽던 녀석이 이제 와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애독가 취급을 받는다니. 누군가 이 책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제목만 들어봤거나 제목조차 초면인 책인데 말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단지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반짝임이 출판 업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 부스의 반짝거리는 출판사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내가 가본 도서전 중에는 3년 전의 서울국제도서전 책마을이 가장 반짝거렸던 것 같다. 그게 3년 전이 맞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이다. 지나간 날들은 뒤섞이고 뒤엉켜 시공간을 유추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언제 어디서 누구랑 뭘 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명확하게 떠올리지 못하면 서운해하는 상대도 많았지. 가끔 완전히 잊고 있던 게 특정 키워드에 반응해서 튀어나오기도 하는 걸 보면 까먹는 건 아니고 제대로 인덱싱 되지 않은 상태로 기억 공간에 흩어져 있어서 정상적인 쿼리가 안 되는 것뿐인 듯하다. 가끔 그러한 기억의 저편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튀어나오면 아무 일도 없는데 괜히 혼자 거기에 공명해 살짝 함께 빛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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