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동네 친구

2025년 7월 25일 목요일 을사년 계미월 갑오일 음력 6월 30일

by 단휘

어제는 동네 친구를 갖고 싶어 하는 청년을 만났다. 권역 프로그램 두 개 사이에 세 시간 정도가 떠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싶었는데 낮에 진행된 프로그램에 마침 나와 마찬가지로 저녁 프로그램도 참여하시는 분이 한 분 계셔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익숙한 이름. 실제 대화를 나눠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이름은 권역 밴드에서 많이 봤다. 이곳저곳 청년센터 프로그램을 즐기는, 그래서 그것과 관련하여 권역 밴드에서 그의 글에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지.


나는 확실히 이름을 먼저 인지하고 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상대를 더 잘 기억하는 것 같다.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이름을 익히고 얼굴을 인지하는 게 더 수월한 느낌. 얼굴만 봐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름을 들으면 어디서 봤었는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참여할 때 명찰이 있으면 꽤나 도움이 된다. 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 처음 만났을 때 느끼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과 그 이후 만났을 때 느끼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다르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이후 만남보다 유독 두 번째 만남에서 상대를 잘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 모를 현상이 나로 하여금 상대의 외모를 기억하길 더 어렵게 만든다. 두 번째 만남부터 그 이후의 만남에서는 인상이 크게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처음 마주했을 때의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동네 친구에 대한 니즈는 다들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 듯하다. 편하게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네 친구를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말이다. 어제 만난 청년 분은 '전에 살던 곳'으로 언급한 곳이 여러 군데인 것으로 보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옛 친구가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모양이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날 잡고 만나지 않으면 보기도 힘들고 연락도 잘 안 하게 되는. 나 같은 경우에는 한 군데서 오래 살았지만 학창 시절에 학우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소셜 미디어 속에서 살곤 했으니 애초에 가진 동네 친구가 없었고. 고등학생 때 그나마 상호작용을 하고 지내던 이들도 다들 학교 기준 반대편에 살아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존재한다.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는지는, 글쎄. 접점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제 와서는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갈 것 같단 말이지. 어떻게 생겼었는지마저 흐릿한 기억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까이 사는 친구가 지하철 6 정거장 거리인가. 어제 만난 청년은 지하철 3 정거장 거리로 그럭저럭 가깝긴 하더라. 확실히 권역은 권역인가. 권역 중에서도 광진구가 성동구보다 내적 친밀감이 더 높다. 성동구는 뭔가 저 언덕 너머 저 멀리 느낌이라서 그런가. 그냥 이 지역 자체에 대한 고질적인 거부감일 수도 있고. 특별히 그 동네에서 뭘 하고 있는 게 없을 때도 광진구&동대문구 생활권을 주장해 왔다. 동네 친구도 완전 성동구민보다는 답십리-장한평 언저리가 좋을 것 같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쪽 사는 지인이 한 명 있긴 하다. 내 친구 재질은 아니고 그냥 좀 친한 지인 정도의 존재지만. 뭔가 친구라고까지는 안 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기준은 명확히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252 반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