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여름방학

2025년 7월 31일 목요일 을사년 계미월 신축일 음력 윤6월 6일

by 단휘

이 계절에는 반팔 반바지로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정도의 온도가 좋다. 이불도 에어컨도 선풍기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그렇게 널브러져 있는 게 좋다. 여름방학 같은 느낌도 들고, 꽤나 괜찮다. 하염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잠깐 쉬어가는 여름방학의 느낌이 난다. 그리고 난 마침 실제로 잠깐 쉬다가 조만간 출근이라는 걸 하고 말 테니까. 이건 정말 여름방학 같은 무언가다.


그래도 요즘은 에어컨에 대한 내성이 많이 생긴 편이다. 에어컨을 아주 낮은 온도로 튼 게 아니라면 보통의 컨디션일 땐 그럭저럭 있을 만하다. 이전보다 여름이 더 더워져서인지 낮은 온도의 에어컨에 자주 노출되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만 있을 때는 에어컨 바람을 쐴 일이 거의 없으니 가끔 마주하는 에어컨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지만 기술교육원에 다니며 꾸준히 낮은 온도의 에어컨 아래에서 생활했던 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까. 학교 다닐 때도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편이었지만 그땐 카디건 하나 걸치는 것으로 충분한 온도였다. 겨울에나 쓰던 털망토를 감싸는 정도의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건 기술교육원이 처음이었다.


내성이 생겼다는 것뿐, 여전히 에어컨을 즐기지는 못하겠다. 덥고 춥고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시린 느낌이다. 거슬리는 정도의 약한 통각 같은 게 느껴진다. 근질근질하고 저 감각을 없앨 수 있다면 확 그냥 분질러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더위로 인한 불쾌함보다 에어컨으로 인한 불쾌함이 더 크다. 때로는 '더운데 왜 그러고 있냐'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로선 그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선풍기는 에어컨보다는 낫더라. 에어컨 특유의 시린 감각을 선풍기는 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물건이 바람에 날리는 건 썩 유쾌하진 않다. 방향을 잘 조절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녀석이다.


어찌 되었건 난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그저 널브러져 있을 뿐이다. 난 이대로 좋다. 날이 습한 여름날에는 바닥이 끈적거리기도 하지만 다행히 그런 날씨는 아니다. 나쁘지 않은, 아니 꽤나 좋은 여름방학의 느낌이다. 학교 다닐 땐 방학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한두 달 정도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게 나에겐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학교에 가면 친해지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또래 학생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을 하며 지내게 되는데 방학에는 아무것도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게 여전하더라. 그대로 모든 의욕이 사라져 버리면 결국 고립과 은둔의 늪에 빠져들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나마의 의욕이 사라지기 전에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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