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 낯섦

2025년 8월 4일 월요일 을사년 계미월 을사일 음력 윤6월 11일

by 단휘

평일 아침, 지난 상반기 동안 늘 가던 길. 하지만 그때보다 이십 분쯤 이른 시간. 네 개 역을 더 가는 건데 이십 분이나 먼저 출발하는 건, 글쎄. 그 이유를 문득 생각해 보니 십 분 단위로 올림 해서 계산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지하철을 놓칠 경우 마천 지선으로 향하는 열차까지 보내주고 십 분 뒤에 오는 열차를 타야 하니 충분히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기술교육원에 다니면서는 일곱 시 오십일 분 출발이 안정적인 시간대에 도착하는 마지막이었는데, 후반에는 제 때 출발하지 못하고 촉박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일이 잦았던 것 같다. 지각을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강의실에 도착하고 수업이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하면 심리적 여유도 사라지니 말이다.


기상 시간은 그대로 두되 아침에 여유를 갖기로 했다. 적당히 씻고 먹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 아침을 채운다.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끄적이던 시간은? 그게 꼭 기상 직후일 필요는 없으니까. 지하철을 타고 몇십 분을 이동하는 동안에도 얼마든지 시간이 있다. 카페처럼 정신 사나운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집처럼 적막해서 잠이 오거나 가라앉는 것도 아닌, 적당히 나쁘지 않은 백색소음이다. 내릴 곳을 지나칠 정도로 집중해야 하는 작업도 아니고, 이 시간을 이렇게 써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읽던 책은 귀갓길에 읽도록 하자. 편도로도 시간은 충분하다.


익숙함 속에서 기묘한 낯섦을 느낀다. 나의 핸드폰은 더 이상 앱 전환을 버거워하지 않는다.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잠깐이라도 다른 화면으로 벗어났다가 돌아오면 기존 앱 실행을 유지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로딩되던 나의 오래된 갤럭시 A32와는 다르게 말이다. 이른 아침 서울 외곽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한산하다. 다만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아 보인다. 영상을 보는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여럿 보이고, 때로는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상의 작품을 읽는지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스크롤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다들 핸드폰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있구나. 책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훑어보니 새삼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때로는 세상을 구경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번 역은 명일, 명일 역입니다. 어느 새 익숙해진 이름의 역을 오늘은 그저 스쳐 지나간다. 이 너머로는 잘 가보지 않았다. 나의 목적지인 미사역은 기후동행카드로 하차만 가능하고 승차는 불가능하다는 모양이다. 하남시와의 협약으로 올 초에 하차 가능역이 되었으며 하반기 중으로 승차도 가능해질 예정이라나. 찾아보니 "빠르면 사 월"이라고만 하고 구체화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9월에 수상버스가 기후동행카드에 추가된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언급되었는데, 수상버스만 9월이고 하남 승차는 미정인지 아니면 하남 승차 또한 9월부터 가능한지는 모호하게 적혀 있더라. 미사 전 역인 강일 역까지는 기후동행카드 승하차가 모두 가능한데, 서울의 경계선이라서 그런지 미사 역과 강일 역 사이의 거리가 멀더라. 그 거리만 가까웠어도 귀갓길에는 강일 역으로 가는 것도 큰 무리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하여간 농담 삼아 "서울 서부보다 경기 동부가 가깝겠다"고 주장하곤 했는데 실제로 서울 서부보다 짧게 걸리는 경기 동부 라이프의 시작이다.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라니, 동부와 중부의 경계라지만 그래도 확실히 동부권 사람이긴 하다. 하남 생활권은 아직은 낯섦의 영역이지만 조만간 익숙해지겠지.


+) 추가: 미사역 내려서 아래와 같은 걸 발견했다. 주말부터는 미사역에서 승차 가능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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