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9일 화요일 을사년 계미월 기해일 음력 윤6월 5일
내 삶은 안일함의 연속이었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경향이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별다른 노력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남들은 입시할 때만큼은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경우가 많은데 난 설렁설렁 공부해서 3등급 중반의 어중간한 중상위권 성적으로도 누구나 이름을 알 법한 4년제 대학에 입학했고 말이다. 내신도 모의고사도 3등급 중반이 나오는 녀석이 어떻게 건국대 수시 합격을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시기를 잘 탔다고 봐야지. 내가 지원한 전형에 수능 최저 기준이 있었다가 사라지고 몇 년 후에 다시 생겼는데 마침 그 없던 기간에 입시를 치렀으니 그건 운이 맞다.
어떻게든 살아지다 보니 삶의 의욕이 없던 몇 년의 시간 속에도 나름의 무언가가 흔적처럼 남아 있다. 관성적으로 참여했던 거라도 뭔가 한 게 있어서 활동 이력만 보면 세상을 등진 적 없이 꾸준히 무언가 해온 녀석처럼 보인다. 한 분야로 뚜렷하게 쌓아온 이력은 아니지만 공백기에 뭐 했냐는 질문을 받지 않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의외로 이것저것 있다는 걸 이번에 기술교육원 후반부에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며 새삼 느꼈다. 포트폴리오 책자에는 순수 작업물 위주로 넣지만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에는 자개소개 및 이력서 내용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 느낌인데, 그 내용을 채워 넣다 보니 그렇더라. 포트폴리오 웹 사이트는 여기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건 여담.
이전만큼 회피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그 안일함이라는 게 어디 가지는 않더라. 뭐라도 해보려는 의지가 생긴 상태에서도 안일함을 베이스로 깔고 간다. 자기소개서도 적당히 쓰고 면접도 적당히 보고 그러면 적당한 곳에 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뭐 거창한 기업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대기업을 오히려 부담스럽다. 오래전부터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다. 돈도 잘 벌고 복지도 좋다고 하지만 그게 내가 느끼는 부담감을 이기지는 못한다고 해야 하나. 내가 관심 가져본 그 어떤 기업도 사원 수가 100명을 넘기지는 않는 것 같다. 여기 정도면 그래도 규모가 큰 편인데, 하고 검색해 본 곳이 사람인 기업 정보 기준 사원 수가 66명으로 뜬다. 방금 여기가 더 클 수도 있겠다 싶은 곳이 생각나서 검색해 보니 거긴 90명이다. 역시 100명은 넘기지 못한다.
나의 취업도 그런 안일함 속에서 어떻게든 흘러가는 것 같다. 취업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고 느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직업교육을 마치고 계약직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이 연장될지 경력 한 줄 추가된 채로 다른 어딘가로 찾아 나서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몇 개월 후의 일까지 미리 내다보는 성향의 인간도 아니고 말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데 어떻게 저 멀리 내다볼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은 몇 개월에서 몇 년 정도는 러프한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하더라. 다만 내 성향이 그들과는 다를 뿐이다.
그렇게 안일하게 살아가다가도 무언가에 꽂히면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에 한해서는 한없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나를 성장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든 내 관심만 끌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정말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때로는 "파티원이 마음에 들어서 흥미가 생긴다" 따위의 관심도 있다. 내 흥미를 끌던 파티원이 그만두면 그것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말이다. 일단 취업과 관련해서는 한동안은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나의 흥미로 작용할 거고, 그게 좀 사그라들고 나서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