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늦잠 2

2025년 9월 3일 수요일 을사년 갑신월 을해일 음력 7월 12일

by 단휘

여덟 시 언저리, 늦은 기상. 완전히 늦잠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체감상 늦잠이다. 이 시간대에 일어나면 이미 오전을 살고 싶지 않아 지기 때문이다. 분명 오전은 네 시간가량 남아 있고 충분히 많은데, 왜 한두 시간 늦게 일어난 걸로 그것을 전부 날리고 싶어 하는 걸까.


아무것도 안 해버리고 싶지만 일어나서 나각 준비를 한다. 구체적인 시간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오전 중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해놨기 때문이다. 열 시쯤 도착 예정이라는 연락을 남기고 집에서 출발한다.


지난밤에는 피로가 거의 풀리지 않은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내 워치 알람은 언제부터 '모든 알람 꺼짐' 상태였을까. 핸드폰과 워치에 같은 시간에 동시에 알람이 울려 둘 다 끄며 일어나도록—하나만 끄고 다시 잠들지 않도록—설정해 놓은 건데 워치 알람이 완전히 해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알람을 끈 기억이 없다. 핸드폰은 알람을 듣지 못하면 '부재중 알람'이라는 알림이 뜨는데 워치는 끌 때까지 5분 간격으로 다시 울리도록 설정해 놨다. 그러니까 언젠가 워치에서 울리고 있는 알람을 끄는 걸 넘어서 알람 설정 자체를 해제해 버렸다는 소리인데,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한 건지 남이 한 건지도 불분명하다.


열차 세 개를 떠나보낸다. 어디 행 열차냐에 따라 그래야 할 때가 있다. 세 개를 떠나보낸 후에야 내가 타야 할 녀석이 온다. 가끔은 뭐 이런 노선이 다 있나 싶다. 그래도 이런 건 내 삶에서 자주 겪는 일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매일같이 겪는 일이고 그래서 지하철 시간표 같은 걸 잘 확인하고 다니겠지. 때로는 시간표를 확인해도 의미 없는, 연착이 잦은 노선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졸음이 가시지 않는다. 오늘은 지하철에 탑승하기도 전에 할 말을 잔뜩 내뱉었으니 지하철에서는 잠이나 자 볼까. 제대로 잠들어 버리면 내려야 할 때에 내릴 자신이 없지만 눈 감고 가만히 있는 정도로도 훨씬 나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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