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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05. 2024

#33 늦잠

2024년 10월 5일 토요일 갑진년 계유월 임인일 음력 9월 3일

최근 몇 주 중 가장 늦잠. 일어나던 시간에 비해 한두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 어차피 오전에 일정이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아무 일정 없어도 늦잠을 잤다는 그 사실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다. 어쩌면 '강해져야 해' 드라이버에 의해 없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애쓰는 것일 수도 있고. 그거랑은 별개로 늦잠 잤을 때 특유의 멍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피로가 많이 쌓여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하다. 9월 초부터 낮에는 일경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그 와중에 오전에 일정을 잡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거의 항상 일정이 잡혀 있고... 오전 일정이 없더라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하는데 저녁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그리 일찍 자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일찍 자고 싶은데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


드물게 퇴근 후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던 날들도 대체로 어느 순간 일정이 생겨 버린다. 지난주의 간만에 비어 있던 수요일 저녁도, 그리고 또 간만에 비어 있던 어제 저녁도. 비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앞두고 약속이 잡히기도 하고, 때로는 당일 약속이 잡히기도 하고. 결국엔 일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난 한 달 동안 퇴근 후 일정이 없는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뭐... 그 순간을 즐겼으면 된 거 아닐까.


오늘은, 늦잠 특유의 불편한 감각 속에서 오늘의 중얼거림을 패스할까 하다가도, 그래도 아직은 아침이니까. 그리고 이 불편한 감각에서 빠르게 벗어나려면 패스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평소보다 쓰는 데 오래 걸리긴 한다. 이 멍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늦잠이란... 뭘까.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늦은 시간에 일어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충분히 잤는데 일어났을 때의 감각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런 감각을 느끼게 하는지. 일어난 지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고 무기력한 느낌이다.


역시 쉽기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쉽지만, 편하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편하다. 미묘한 지점이다. 그래서 늘 아침형과 저녁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지냈던 것 같다. 이제는 한쪽으로 정착해서 최소한의 생활패턴은 유지하고 싶은데, 아직은 온전히 생활패턴이 되지 못한 채 의식적으로 자야지, 할 뿐이다. 아주 가끔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뻗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여간 현재로서는 생활패턴의 안정화가 쉽지 않다. 대체로 저녁 일정에서의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나의 귀가를 늦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날 반강제적으로 늦게까지 깨어 있게 만드는 일정은... 조만간 정리해야지 싶다. 여러 가지 정황 상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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