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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04. 2024

#32 알레르기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갑진년 계유월 신축일 음력 9월 2일

MAST(Multiple Allergen Simultaneous Test; 다중 알레르기 항원 동시 검사법)
소량의 혈액을 한 번 채취하여 섭취 시 노출될 수 있는 식이성 알레르기와 호흡을 통해 접촉될 수 있는 흡인성 알레르기의 다수 항원을 동시에 검사. 나의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Class 3 (Significantly Increased) | 옥수수, 감귤류, 자작나무, 참나무, 미루나무(목화나무), 돼지풀, 참질경이, 명아주과풀(솔장다리), 잔디(대서양풀), 큰조아재비, 향기풀/오리새/갈대/외겨이삭(mix)
Class 2 (Increased) | 당근, 딸기, 셀러리, 오리나무, 개암나무, 플라타너스, 백송(소나무), 비름(털비름), 호밀꽃가루
Class 1 (Low) | 콩(대두콩), 복숭아, 키위/망고/바나나(mix), 불란서국화, 미역취국화


6년 전 연말에 MAST를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나는 왕십리 연세이비인후과에서 검사하는 107개 항목 중 25% 정도의 항원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 검사가 알레르기 확진 검사가 아닌 알레르기 선별검사라서 알레르기에 대한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뿐, 여기서 양성이 뜬다고 반드시 그것에 대해 알레르기가 유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확실히 이 검사에서 가장 높게 나온 옥수수나 감귤류에 대해 막 알레르기 반응이 오지는 않는다. 그저 안 먹고 싶을 때 "제가 감귤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같은 소리를 할 뿐이다.


검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동물성 항원에 대한 반응은 전혀 없고, 식물성 항원은 곡류/견과류에 조금, 그리고 과일/채소, 나무, 잡초, 목초 등에 잔뜩 있다. 자연친화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걸까. 그런데 확실히, 꽃다발 같은 거 받아오면 방에 들어갈 때마다 약간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것 같았다. 사진 찍고 인증하고 하는 짧은 시간에는 문제없지만 오래 함께 하다 보면 나에게 영향을 주는 녀석이다. 그래서 이제는 꽃다발 받지 않는다고 명시해두고 있지만, 나의 소셜 미디어조차 찾아보지 않은 채 나에게 관심 있는 척하는 이들이 가끔 극장에 꽃다발을 들고 와서 건네주곤 하더라.


알레르기에 대한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여럿 알게 되었지만, 저것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며 이 검사로 확인하지 않은 항원도 많을 것이기에 알레르기 유무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나에게 알레르기가 있다고 명확하게 파악된 것은 선크림 정도인가. 어릴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이라는 것을 가족이 발라 줬을 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그 뒤로 잘 안 바르다가 10대 중반에 또 선크림을 바르니 같은 증상. 그렇게 선크림을 멀리 하다가 순한 제품이라고 소개받은 것을 사용해 보니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다만, 얼굴에는 바르는 순간 후끈거리기 시작하더니 몇 분 동안 지속된다.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다니곤 했는데 지난여름에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양산을 써볼까 했지만 마음에 드는 양산을 찾지 못했다.


지금 나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은 무엇일까. 요 며칠 감기 기운이 있긴 했지만 어제저녁쯤부터 감기 사이에 알레르기가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밤에 인식하기로는 이것은 알레르기가 분명하다. 기침과 콧물은 감기와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쳐도, 간지럽고 충혈된 눈은 감기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감도 잡히지 않지만 말이다. 원인이 파악되어야 그것을 피하든 말든 할 텐데 쉽지 않다. 여전히 알레르기 반응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어젯밤에 복용한 알레르기 약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젯밤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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