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자기이해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을사년 을유월 신축일 음력 8월 8일

by 단휘

내가 뭘 피곤해하고 뭘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또 어디에 욕심이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새삼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짤막한 외출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그래도 탄산수는 사 와야겠다는 사소한 욕구까지도 나에 대한 어떤 단서를 제공한다.


음악이 틀어져 있을 때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게 언제였더라. 거기에 더해 그게 음악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건 또 언제였더라. 어떤 때는 한 가지에 도저히 집중하지 못해 이거 건드렸다 저거 건드렸다 하고, 어떤 때는 도저히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아 다른 거 다 내려놓고 그것만 하지 않으면 원활한 진행이 안 되는 건 무슨 차이였을까.


조금씩 알아가는 듯하면서도 역시 아직도 난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은근 특이하다며 일자리 사업이 끝나는 12월까지 나를 파악해 보겠다는 발언을 들었다. 글쎄. 몇 년을 알고 지낸 나의 친구도, 평생을 알고 지낸 나 자신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걸 비즈니스 관계의 3개월 동안 얼마나 파악하겠다는 건진 모르겠다. 나랑 상성이 잘 맞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가끔은 다 안다는 식으로 "님은 이런 사람이라서 이렇잖아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알고 지내며 파악된 게 아니라,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MBTI 맹신자들이 그렇다. 난 주로 반박하기보다는 "그래 니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는 태도로 적당히 넘기는 편이 나은 것 같더라. 몇 주 전에 새로 알게 된 청년 분도 좀 이런 경향이 있었는데, 그게 그 사람에 대한 거부감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MBTI 결과에 해당하는 값을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나의 평소 행동의 괴리에 대해 의문을 품은 채 날 파악하겠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좀 그렇다. 그 이전에 사적인 영역을 캐물으려고 하실 때부터 심리적 거리감을 갖게 되었지만.


난 언제쯤 날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몇몇 사람들 덕분에 "난 이런 사람을 불편해하는구나"에 대한 데이터는 꽤나 쌓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불편한 사람에 대해서도, 다 좋은데 가끔 불편한 구석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지원사업이 만들어 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사람을 대하던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정보가 쌓이긴 했다. 다만 좀 더 알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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