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알레르기 2

2025년 10월 1일 수요일 을사년 을유월 계묘일 음력 8월 10일

by 단휘

그제는 핑크뮬리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심어져 있는 곳에 갔다. 뭔가 코가 근질거리는 게, 그 주변에 있는 녀석들 중 무언가가 나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중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핑크뮬리 녀석인지 그 옆의 이름 모를 녀석인지, 아니면 건너편에 있는 나무일지도 모르겠다.


학생 때 알레르기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에 양성이 떴다고 해서 그것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고, 발현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수치는 높게 나왔지만 아무런 증상도 없을 수도 있다. 하여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는 게 좋긴 하다고.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다는 집먼지 진드기 같은 녀석들에 대한 수치는 0이었다. 그리고 모든 동물성 알레르기에 대한 수치가 0이었다. 그런데 식물성 알레르기가 엄청나게 많이 뜨더라. 어떤 항목이 떴는지 다 기억도 안 난다. 감귤류, 옥수수 등등이 level 3에 있었고, 그보다 낮은 level 2, 1에도 이것저것 있었다. 자작나무 같은 것도 있고 정말 별 게 다 있다 싶었는데 워낙 이것저것이다 보니 다 기억하고 살진 않는다.


애초에 "여기에 알레르기가 있다"가 아닌 "여기에 알레르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를 보여주는 검사라,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아니다. 높게 나왔어도 지금까지 문제 되지 않았던 것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가끔 어떤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곤 한다. 거기에 있는 식물들 중 무언가가 범인이겠지만 어떤 녀석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가끔 대중교통에서 일부 화장품 냄새가 강하게 날 때 숨 쉬기 힘들거나 눈이 감기는 것도 "식물성 친환경 성분"을 주장하는 무언가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다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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