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인지 2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을사년 을유월 갑진일 음력 8월 11일

by 단휘

어제는 뭔가, 이상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다며 바로 내려서 반대편 열차로 갈아탔다. 갈아타고서 인지한 건데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기는커녕 거기서 두어 정거장 더 가야 했다. 가야 할 곳보다 덜 갔는데 너무 많이 갔다고 인지하고 반대로 돌아간 것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평소랑 다른 방향으로 간 것도 아니고 늘 가던 방향인데. 헷갈릴 이유도 없이 헷갈려 버렸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가끔 받긴 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말이다. 그것과 벌개로 요즘은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거기엔 음악이 틀어져 있는 환경이 한몫하는 것 같다. 음악이 틀어져 있는 환경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도 모르는 노래가 머릿속에 울리는 느낌이다. 음악이 틀어져 있지 않을 때조차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아는 음악인지 아닌지, 가사가 있는지 없는지, 장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들은 정도의 차이를 줄 수는 있지만 "이런 음악이 틀어져 있으면 힘들다" 따위의 조건이 되진 못한다. 나의 컨디션에 따라 클래식 음악이 틀어져 있을 때 간단한 설문 조사를 하는 것도 어려워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 컨디션이라는 녀석이 늘 변수다. 난 항상 감정 기복과 컨디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녀석이 되고 싶었다. (라는 게 선호도 검사에서 나의 성향 대비 '감정 중시'가 낮게 나오는 데 한몫하겠지)


오늘은 또 물건을 두고 왔다. 이제는 안 챙겨 왔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각마저 익숙해졌다. 속이 좀 답답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한두 번의 실수보다는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도 며칠 만에 흐지부지되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진 않는 모양이다. 요즘은 뭔가 나 한 몸 챙기는 것도 벅차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손등에 생긴 긁힌 상처는 어디서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피부가 살짝 벗겨졌는데 어디에 긁힌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289 알레르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