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금요일 을사년 을유월 무술일 음력 8월 5일
낮은 체력과 높은 회복력으로 이루어진 좀비 체력의 영향일까. 에너지를 한 번에 태우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어제는 다들 7분 차를 타겠다고 저 멀리 초록불이 된 횡단보도를 건너자며 뛰어가는데 난 그대로 인사하고 다음 신호에 건너 27분 차를 탔다. 빠르게 이동하면 가용 시간이 늘어난다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늘리고 싶진 않다. 여러 번 환승해서 멀리멀리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러닝 같은 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편이라고 해도 러닝은 소비량이 회복량은 초과한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된다. 에너지 총량이 많다면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도 이어나갈 에너지가 남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금방 고갈된다. 에너지 총량도 낮고 회복력도 떨어지는 녀석들은 러닝뿐만 아니라 오래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모양이다.
클라이밍도 에너지를 한 번에 쓰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 녀석은 애초에 소비와 회복의 반복이라 그럭저럭 할 만하다. 한 문제 풀고 다음 문제를 푸는 동안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있다. 그렇게 보통 한두 시간 정도 즐길 수 있다. 청년이음센터 사업을 마친 후로는 클라이밍을 하러 가는 게 아주 뜸해지다가 요즘은 거의 안 가고 있는데, 나의 두 명뿐인 그나마 상호작용이 있던 고등학교 동창 중 한 명이자 볼더링을 좋아하는 물리학도가 최근에 귀국했다며 놀러 가자고 하니 조만간 한 번 하러 가면 좋을 것 같다. 언젠가의 주말에 또 오픈런을 해야지.
하여간 나의 에너지 운용 기본값은 "가늘고 길게"다. 이는 물리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건 아닌 듯하다. 그 무엇에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안 생기니 말이다. 좋아하는 것에도 큰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때로는 그렇게 에너지를 쓸 줄도 알아야 할 텐데 말이다. 좋아하는 일에 에너지를 불태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래도 가늘지만 길게는 간다. 별로 성과가 없어도 흥미를 느끼는 동안은 꾸준히 하는 편이다. 이 꾸준함도 어떤 의미로는 가치 있는 특성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