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누락과 소외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을사년 병술월 신미일 음력 9월 9일

by 단휘

그 타고난 특성을 처음 인지한 건 중학생 때였다. 현장 체험 학습의 선택지가 여러 개 있었고 학생들은 그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중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하여 제출하였다. 현장 체험 학습 당일 나를 위한 티켓은 없었지만 말이다. 담임교사의 실수로 누락되었다는 모양이다. 결국 담임교사 사비로 현장 예매를 해줬던가 그랬을 것이다.


잊을 때쯤 되면 한 번씩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레크리에이션에서 진행자가 임의로 조를 편성해 화면에 띄워 주었는데 나의 이름은 없었다거나. "저는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하고 물어보자 다시 편성해 주신다고 하더니 잠시 후 이 조에 끼면 된다며 한 군데를 배정해 주더라. 이미 그 조 사람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스몰토크를 하고 있었는데 애매하게 끼게 되었다.


늘 마지막까지 남아 "그렇게 함께하기 꺼려지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이유에서 조장만 정해놓고 조장들이 번갈아가며 한 명씩 골라가는 조 편성도 안 좋아한다. 늘 마지막 바퀴에서야 선택받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엄청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어도 보통은 되고 싶었는데. 놀랍도록 항상 마지막 바퀴쯤에야 선택된단 말이지.


그 외에도 지정석 자리 배정을 했는데 내 자리만 없다거나 하는 일들이 가끔 있었다. 이쯤 되면 언젠간 지원서가 누락되어 심사도 못 받아보고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것만 같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미래청년일자리 사전교육 때 시킨 대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등기로 보냈는데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 사전 결제된 등기 스티커가 붙어 있어 밀봉 후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면서 왜 하라는 대로 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그저 덤덤하게 "결국 그렇게 됐군" 하는 느낌.


필수적으로 신청해야 하는 것에 대한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말을 그것을 제출한 지 사흘 뒤에 들어본 적도 있다. 아주 최근 일이다. "구글 폼 같은 걸로 신청한 줄 알았는데 신청이 안 되었군요" 하고 말을 하니 확인해 보시고는 사흘 전에 신청한 걸 방금 확인했다고 하시더라. 받아놓고 못 받았다고 하는 건 또 처음이었다. 하여간 신청 여부가 누락된 건에 대해서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쩌면 내가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 다니는 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존재감이 없기 때문 아닐까. 채도가 낮은 사람들 사이에 민트색 외투를 걸치고 서 있어야 기억에 남아 누락을 최소화할 수 있다거나. 튀지 않고 보통 사람들에 묻어가려는 의도로 스타일링을 하면 별로 존재감이 없긴 하다. 비밀 요원 같은 거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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