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을사년 병술월 경오일 음력 9월 8일
난 선한 사람은 못 될 것 같다. 이미 오래 전에 그렇게 생각했다. 10대 시절의 마지막 친구이자 내 삶에 존재했던 최악의 빌런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난 역시 선보단 악에 가까운 존재다. 그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녔고 객관적인 악인이었다. 그저 재미를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주던 사람. 동시에 나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사과문을 올려 놓고도 그 사과문에 쓴 다짐을 지키지 않아 결국엔 또 다시 공분을 사고 커뮤니티에서 쫒겨난 사람이지만, 난 아직도 그가 내 삶에 돌아온다면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그냥 문득, 어제는 그 친구가 떠올랐다. 주말에 나에게 연락을 했던 청년은 어딘가 그 친구를 닮았다.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3년 전 가을 은평구에서 처음 만났으니 현재 내 인간관계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구나. 나 또한 썩 좋은 사람은 못 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걸까.
어쩌면 고등학교 동창의 친구와의 관계하고도 닿아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동창이 소개해 준 사람은 내가 친해져 보겠다고 장난도 치고 다가가 보았을 땐 날 거부하다가 1~2년쯤 지난 후에야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나에게 마음을 여는구나 싶었던 찰나, 몇 개월 지속된 관계는 완전히 깨져 버렸다. 내가 그에게 심한 잘못을 했다는 모양이다. 난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장문의 욕설과 함께 차단당했다. 약간의 사회적 고립이 있어도 그럭저럭 살아가던 내가 세상을 좀 더 본격적으로 등지는 데 한몫했던 사람이다.
아무튼 누군가에게 나는 악인이었다. 날 비난하는 사람들은 잊혀질 때쯤 되면 한 명씩 나타난다. 가장 최근의 일은 올 상반기에 있던 일이려나. 주말에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커뮤니티 멤버 중 한 명은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도 있냐며 의아해 하더라.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야 생각보다 여럿 있을 텐데. 커뮤니티의 확장과 관련하여 나는 두 명 빼고는 대체로 괜찮다고 말했고, 결과적으로는 당장은 확장되지 않을 모양이다.
새삼 뭔가를 깨달아 버렸다. 난 결국 "아쉬울 게 없는 녀석"이었구나. 혼돈-악 속성을 가진 녀석이 아쉬울 게 없는 상태로 자극을 받으면 좋을 게 없는데. 생각보다 급하게 진행된 이야기 속에, 당신은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센터에서 종종 보는 사람이니 다음에 만나면 물어나볼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자극 추구를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