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 동지

2025년 12월 22일 을사년 무자월 을축일 음력 11월 3일

by 단휘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 이때를 기점으로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어딘가에선 태양신의 부활과 관련하여 의식을 치르기도 하고. 위칸 사밧의 율(Yule)도 이 시기의 축제다. 뭔가 이것저것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다 까먹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쌀쌀하다. 엄청나게 추운 건 아니고 그냥 보통의 겨울만치 쌀쌀하다. 그리고 난 끝을 바라보며, 우린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딘가에서는 오늘 성과공유회를 한다고 하고 또 어딘가에서는 돌아오는 주말에 송년회를 한다고 하고 또 어딘가에서는... 이것저것 하나씩 마무리되는 모양이다.


한 해가 끝나고 다음 해가 시작된다는 개념은 익숙지 않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느낌은 상당히 오랜만에 느껴본다. 오랜만에? 느껴본 적 있던가? 글쎄. 떠오르진 않는다. 지구 공전의 시작과 끝 기준점을 인간이 임의로 설정한 게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지 모르겠다는 주장. 생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가 자신이 태어난 날과 동일한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뭐시기 뭐시기. 어쩌면 단지 숫자 놀음인가.


올해는 12월 말에 끝나는 것들이 몇 가지 보여서 그런지 이런 게 연말인가 싶다. 이전까지의 내 삶에는 그런 게 딱히 없었던 것 같다. 12월까지와 1월부터가 별 차이 없었다. 그저 살아있기에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번에는 친구들이 참여하는 사업들이 하나씩 끝나고, 또 내가 참여하는 사업도 곧 끝나가고, 복지사 님도 인사말을 남기시고, 여러 가지 끝나는 게 보인다.


우리의 다음 해는 어떻게 흘러갈까. 양력을 기준으로 하면 열흘 정도 남았고, 절기를 기준으로 하면 한 달 반 정도 남았고, 음력을 기준으로 하면 두 달 조금 안 되게 남았다. 예측하고 계획해 봤자 삶은 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에 깊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쪼록 우리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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