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을사년 무자월 임술일 음력 10월 30일
어제는 유독 사람이 많았다. 센터에도 많았고, 오랜만에 온 연락도 있었다. 오랜만에 온 연락은 엄밀히 말하면 나에게 용건이 있던 건 아니고, 나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모양이다. 알림을 확인했을 땐 이미 내가 다른 청년 분들과 실컷 떠드는 사이에 연락이 된 상태였지만.
비교적 자주 보는 사람이 두 명, 처음 보는 사람이 한 명(벌써 이름과 외형을 모두 까먹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 기억하는 게 많이 심각하긴 하구나.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텀이 길어지면 만날 때마다 초면처럼 행동한다는 걸 깨달았으니.), 이 정도로 가까워질 줄 몰랐던 사람이 두 명, 그리고 흔치 않게 첫 만남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 미묘한 조합이었다. 그 누구도 파티원 전원을 알고 있지 않은. 부분집합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모임.
난 이런 만남을 꽤나 즐기는 것 같긴 하다. 접점이 있는 줄 몰랐던 사람들끼리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스몰토크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우호적으로 대하는 사람이니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청년이음센터 때는 권역 청년이라고 소개받고 자조모임 청년이라고 소개받고 그런 것들이 종종 있었는데 기지개센터에서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아무래도 전담기관이라 사람이 몰리고 인원이 급증하면서 좀 더 파편화된 것도 있고, 이음센터 때는 프로그램 없을 땐 청년공간 운영일에만 사람들이 모여 지역 기반으로(물론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니는 분들도 계셨지만) 밀도 있게 만난 반면, 기지개센터는 평일 내내 운영되니 방문 시기도 제각각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마주칠 확률이 줄어든 것 같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새삼 나의 성장도 인지하게 되더라. 기지개 1년 차까지만 해도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1차로 당황하고 한 박자 늦게 인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도 인사조차 못 하고 굳어있던 이음센터 때보단 나아졌던 거였지만), 최근에는 누군지 몰라도 일단 인사를 받아주고 본다는 걸 인지했다.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가 누군지 떠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사람이 다른 청년 분과 대화하는 틈에 슬쩍 옆에 계신 분께 그 사람 이름을 묻기도 한다. 사실 센터에서 비교적 자주 마주치는 분 중 매번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시는데 누군지 영 떠오르지 않는 분도 있는데, 한참 그러고 지냈더니 이름을 물어보기엔 애매한 시점에 도달했다. 아무렴 어때. 이름 부를 일 없다면 아무 문제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