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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12. 2024

#40 일경험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갑진년 갑술월 기유일 음력 9월 10일

12주 과정의 일경험 프로그램의 절반이 지나갔다. 미래내일 일경험.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길 때마다 여러 참여 기관에서 광고를 돌리는 것을 보곤 했지만, 요식업이나 IT 계열이 많이 보여 늘 그냥 지나쳐 갔다. 뭐라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싶다가도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고 지내던 시간 속에서 '미디어 콘텐츠 및 디자인' 분야의 일경험 광고를 발견했을 때, 이 분야는 그나마 관심 갖고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난 그 광고를 클릭하여 지원서를 작성했다. 계획에 없던, 아주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신청을 해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이게 맞나? 이걸 하는 게 맞나? 살면서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 일주일 이내의 일조차 작년에 처음 도전해 보았다. 작년 설 연휴에 설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에 참여하고, 그 이후로 설과 추석마다 총 세 번 참여했다.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매뉴얼대로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을 응대하는 것은 그럭저럭 할 만한 일이었다. 카페 알바처럼 암기를 요하는 것도 아니고 상하차 알바처럼 몸이 갈려 나가는 것도 아니며 편의점 알바처럼 변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물론 그 알바들도 해본 적은 없고 주워들은 정보만으로 판단한 것이긴 하다.


하여간 내가 신청한 일경험 참여 기관인 한국디지털컨버전스협회로부터 참여 확인 전화를 받았을 때에도 난 상당히 긴장해 있었다. 뭔가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는데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냥 안 한다고 해버릴까 하는 마음이 커지다가도 참여 가능하다고, 결국 그렇게 대답해 버렸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일경험 사전 직무 교육 기간에 청년기지개센터 프로그램을 두 개나 잡아 놨더라. 난타 배우기도 스페인 가정식 쿠킹 클래스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경험 참여 확정 문자를 받자마자 센터 문의 번호로 불참 의사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일경험 그냥 안 한다고 하고 저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이만큼 용기 내서 도전해 봤는데 시작도 못 한 채 포기해 버린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사전 직무 교육을 받으며, 이 분야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미디어 콘텐츠 및 디자인' 분야는 크게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나뉘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관심 있던 건 '디자인' 쪽이고, 이곳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건 '콘텐츠' 쪽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얘기하자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루는 업무를 생각했으나 프리미어 프로와 애프터 이펙트를 다루는 업무를 중점적으로 한다는 소리다. 어도비 제품군은 비용이 부담되어 사용해 본 적 없지만 포토샵 비슷한 GIMP나 일러스트레이터 비슷한 Inkscape는 조금 건드려 봤고, Figma를 이용하여 간단한 카드뉴스나 포스터 정도는 만들어 본 적 있다. 그런데 프리미어 프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이 기관과 연계된 일경험 참여 기업 중에는 콘텐츠 분야를 원하는 기업도 있고 디자인 분야를 원하는 기업도 있어 나는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디자인 분야를 원하는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어 희망 기업을 작성했다. 주 25시간 근무로 하루 5시간 일하게 되는데, 애매한 낮 시간에 일을 하는 것보다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부터 연속된 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왜 13-18시 근무하는 콘텐츠 분야의 기업으로 배정되었지...? 근무 시간도 분야도 나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면접은 보기로 했고, 면접 후 간단한 과제까지 메일로 제출한 상태로 다른 기업의 매칭 소식을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이곳 말고는 매칭된 곳이 없어서 이곳으로 가게 되었지만.


그렇게 어떻게든 일경험 기간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제는 프리미어 프로의 기본 기능들은 대충 익숙해졌고, 적당히 영상 편집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에 비해서는 놓치는 부분이 많고 좀 얼레벌레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어느 정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온전히 한 사람 몫을 하고 있는 건지는 의문이기는 하다. 남은 기간도 잘 해내야지. 애매한 낮 시간에 일을 하느라 다른 프로그램들에 대체로 참여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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