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휘 Oct 14. 2024

#42 책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갑진년 갑술월 신해일 음력 9월 12일

책을 고르는 기준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표지에 이끌리는 자, 제목에 이끌리는 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쫓는 자,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탐색하는 자, 베스트셀러 위주로 찾아보는 자, 주변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자 등등. 요즘 같은 때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곤 한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책이라니, 며칠 전의 출판업계가 예측이나 했을까.) 여담인데, 내가 작가들을 잘 모르지만 주변 문학도들이 워낙 좋아해서 인지하고 있던 이름이기는 하다. 일반 대중들은 어떨지 몰라도 문학도들은 확실히 좋아하던 작가니까, 이 참에 트렌드를 타고 그 작가의 책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겠지. 서점에 남아있다면 말이다.


나는 그렇게 작가를 쫒는 편은 아니긴 하다. 조금 특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출판사를 기준으로 책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이러한 책은 한빛미디어가 좋다, 이러이러한 책은 유유 출판사가 좋다 등등. 구체적인 장르에 대한 개념은 잘 모르지만 그 어떤 두루뭉술한 느낌으로 선호하는 출판사들이 몇 있다. 친구가 최근에 공부하기 시작한 책을 보여줬을 때도 "이 분야 공부하는 책이면 이 출판사 신뢰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저자나 제목 같은 건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때로는 제목이나 저자는 부차시하기에 어떤 책을 언급할 때 '그 출판사에서 나온 뭐시깽이에 대한 책'이라는 식으로 출판사와 주제만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서점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잔뜩 생겨 무슨 책을 살까 고민될 때에는 일단 관심 가는 출판사의 이름을 몇 개 검색해 본다. 그리고 그 출판사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주한 책이 제목이 끌리고 표지가 끌리고 목차가 흥미롭다면 읽어보는 것이다. 결국엔 제목과 표지와 목차가 모두 중요하고 그 책을 읽을 것인지 판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만, 모든 책을 목차까지 살펴볼 수는 없기에 출판사, 제목, 표지 순으로 필터를 거치는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시간이 많으면 출판사 필터를 생략한 채 새로운 출판사를 탐색해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시 새로운 출판사에 호감을 크게 느끼는 곳은 북페어인 것 같다. 몇 년째 구경하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을 비롯하여 작은 로컬 북페어까지. 이곳저곳 다 찾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종종 가게 되면 다양한 출판사를 새롭게 만난다. 현장에서는 지나쳐 갔지만 왠지 기억에 남는 곳도 있고, 여기 꽤 괜찮다 싶으면서도 재정과 무게의 이슈로 책을 구매하지는 않고 기억에만 남긴 곳도 있고, 뚜렷하게 관심이 가는 책까지 있어 충동구매 해버리는 곳도 있다. 도서전 나가봐야 책 열 권은 팔리냐며 참여하지 않는 곳도 많지만... 이해한다. 부스비 너무 많이 받아먹고 운영도 삐꺽거리는 걸 보면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자는 마음이 줄어들 수밖에.


출판사를 기준으로 책을 고르는 게 무슨 의미냐. 결국 그 출판사의 책을 기획한 출판 기획자―주로 편집자―의 안목을 믿는 것 같다. 그럼으로써 한 작가, 혹은 특정 분야의 책만을 쫒는 것보다 다양한 범주의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내가 신뢰하는 그 어느 출판사의 필터링을 거쳐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