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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15. 2024

#43 친구 2

2024년 10월 15일 수요일 갑진년 갑술월 임자일 음력 9월 13일

친구를 만나다 보면 가끔 내 친구들 사이에서의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된, 접점이 없는 두 친구가 어느 부분에선가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이 친구와 저 친구가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지곤 한다. 물론 그 두 친구의 만남을 주선할 정도의 실행력은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것은 늘 나의 공상으로 끝나지만 말이다.


친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종종 서로가 언급되기도 한다. 나의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늘 언급되었던 사람이 다시 언급될 뿐,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는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그러다 보니 나와 자주 상호작용하는 친구들은 서로의 존재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해도 "이 녀석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더랬지" 하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누군가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대화 상대와 언급되는 이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지원사업에서 만난 친구'라던가 '아랫동네 사는 친구' 같은 식으로, 이름이 아닌 간단한 설명으로 친구를 언급하곤 한다. 그 설명에 부합하는 이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화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정이를 만났든 나래를 만났든 아무튼 내 친구를 만나서 어떤 시간을 보냈다는 거지. 그러다가 가끔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하고 싶을 땐 '지난번에 말한 그 가족 구성원이 최대 11명이었다는 녀석'과 같이, 전에 언급했던 내용을 기준으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드물게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도 있는데,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보통 여러 사람을 언급할 때 말하다 보면 헷갈리니까 구체적인 이름이나 별칭을 언급하는 것 같다. 


아주 가끔은 서로 접점이 없고 나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두 친구가 서로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만남에 대한 공상을 한 적 있는 두 친구가 서로에게 흥미를 가질 때면, 이건 진짜 친해지면 재밌겠다 하는 느낌을 받는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을 때면, 그래도 내 친구를 통해 한 번 필터링이 된 사람이니 최소한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은 되겠거니 하는 신뢰가 깔려 있다. 유유상종이라고, 어느 정도는 내 친구 언저리인 녀석이겠지. 아마 내 친구도 내가 다른 친구를 소개해 준다고 하면 '내 친구'라는 데에서 비롯된 모종의 신뢰로 긍정적인 반응이 오지 않을까 싶지만, 친구와 둘이서 약속 잡는 것도 어려워하는 내가 두 친구를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린은 나에게 이반을 어떻게 소개해 줬는지, 이반은 나에게 나쟈나 라마, 덕수 같은 녀석들을 어떻게 소개해 줬는지 떠올려 보지만 좋은 레퍼런스를 찾지는 못했다. 생판 남을 처음 만나는 것보다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되는 경우에 좀 더 쉽게 친해지고 편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나는 내 친구를 내 친구에게 소개해 주지 못하네. 사실 언젠가 딱 한 번 내 친구와 내 친구를 연결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반과 상은이를 연결해 준지 얼마 되지 않아 상은이에게 장문의 주저리와 함께 모든 소셜 미디어 차단을 당해서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뭐, 그 둘은 여전히 잘 지낸다고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모양이다. 하여간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면 용기가 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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