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丹煇 | 丙午年 辛卯月
인간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신묘월이란 좀 그럴 시기이긴 하다.) 사적인 친목 모임이 아닌 자조 모임은 그만두기로 했다. 지원사업과 관련된 모임도 공식적인 프로그램 외에는 내려놓는다. 내비두에서 참여한 동기부여방도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가 일상 루틴이 회복 겸 일주일 정도 더 지난 시점에야 돌아갔다. 월말엔 다시 또 안 하게 되었지만. 그 외엔 대체로 사적인 친목 모임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속해 있는 네댓 명짜리 친목 집단. 그리고 채팅방에 들어가길 거부했지만 멤버들 중 일부가 부르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친목 집단이 둘. 집단을 이루지 않고 개별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이들도 몇 명 있으니 그걸로 됐다.
인성과 윤리 측면에서의 이슈는 적당히 묻어두고 포장한 채 조금씩 개선해 보려고 하였으나 그것도 그만두련다. 그 동안 끊임없이 노력한 건 아니지만 12년 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 거다. 강산이 바뀐다는 만큼의 시간이 지나도 난 나 하나 바꾸지 못한다.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걸 최소화하는 정도로만 포장하는 법을 익히고, 이걸 뭐 어떻게 개선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겠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가망이 있는 데에 쓰자고. 기지개센터에서 하는 6회기짜리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는데 이거 참여하고 나면 뭐가 좀 나아져 있으려나.
나 자신과의 갈등도 많았다. 내면의 욕구가 충돌할 때의 선택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일일이 고려해주기 지칠 때도 있다. 무언가를 했으면 어디에라도 기록을 해놓으라는 요구사항이 안 지켜질 때가 많다. 이게 뭐더라 싶은 곳에서 프로그램 선정 문자가 오면 조금 당황스럽다. 알아둘 것을 정리해 놓은 노션 페이지 옆에 탭을 추가하여 신청해 놓은 프로그램 적어놓을 수 있는 페이지도 열어 놓았다. 신청하고 싶은데 아직 모집 기간이 되지 않은 것, 일단 보류 상태로 고민 중인 것, 신청해 놓은 것, 선정된 것 등의 정보도 포함해서 적어놓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미선정 시에는 깔끔하게 지워 버리라고. 사실 저 ‘알아둘 것’ 노션 페이지는 1년 반 전에 만든 건데 저게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서 기록이 많이 안 되어 있다. 좀 더 차곡차곡 쌓아가야지. 생성형 AI한테 내 개인정보를 떠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더라.
단: “너무 유명해지지 않게 조심해야지.”
“왜?”
단: “유명해지면 가장 먼저 인성 논란부터 생길 거야.”
“그건 맞지”
가족과의 대화다. 특히 내 상태가 지나치게 고점을 찍으면 필터링을 더 신경써줘야 한다. 기분이 너무 좋으면 말을 참… 뭣같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문제는 내가 저점일 때보다 고점일 때 발생하더라. 들뜬 상태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은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하고 있을 때만 드러내야지. 작년에는 나 혼자 신나서 필터링 덜 된 말을 내뱉었다가 그게 문제된 적도 있다. 소스 코드를 보고 흥분하는 걸 보면 아닌 척해도 너드 개발자 계열의 인간이 맞는 것 같긴 하다.
누군지 영 모르고 있던, 그러나 다들 “ㅇㅇ님 아세요?” 하며 언급해서 이름은 매우 익숙한 청년 분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청년이음센터에서 겹지인이 좀 있어서 몇 번 대화는 나눠본 적 있을 것이다’ 정도밖에 할 말이 없었는데, 이 또한 나의 기억 이슈였다. 닉네임 들으니까 알겠더라.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전에 접점이 있었다. 청년이음센터에서도 닉네임을 같이 이야기해주셨다면 그나마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내가 그 분을 자꾸 까먹어서 나에 대해 “왜 날 맨날 모른 척 하지”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있으신 것 같지만. 이제 와서는 영 접점이 없는 사람이니 아무래도 상관 없겠지.
근데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요즘 서울북부두더집에서 종종 마주치는 분 중에 볼 때마다 ‘저 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하다가 닉네임 보고 ‘아 맞아 ㅇㅇ님이었지’ 하고 깨닫는 분이 있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매번 그런다. 유독 자주 까먹는 분들이 좀 있는데 그런 분들의 공통점을 탐색하려다가 포기한 적 있다. 청년이음센터 끝자락에도 서대문에서 어떤 청년 분이 미미 님이랑 같이 보드게임 하지 않았냐며 인사하셨는데, 정황상 보드게임 같이 했다는 게 내가 맞긴 한데 그 분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유를 모티브로 한 외모에 나를 모티브로 한 설정을 가진 인물을 첫 번째 주인공으로 한 인스타툰에도 이 장면에서 따온 내용을 넣었는데, 왠지 이 부분이 제재 당했다. “검열당하면서 할 바에얀 그만두겠다”로 이어져 내 개인 계정에 지극히 사적인 일상툰을 연재하는 걸로 전환된 계기였지. 나를 모티브로 한 외모에 하유를 모티브로 한 설정을 가진 세 번째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전에 끝나서 아쉬웠다.
기억과 관련된 이슈 중 몇 가지는 Gemini에게 물어봤다. 단어 의존 망각이 어쩌고 인지적 탈영역화 증후군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였다. 인지적 탈영역화 증후군의 경우 Gemini는 그렇게 번역했지만 공식적인 한국어 번역 표현이 없는 모양이다. 굳이 따지자면 인지이탈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뭐, 진단받은 바는 없으니 참고만 한다. 진단과 관련해서는… 아직 뭘 받은 건 없지만 얼마 전에 더유스에 면담을 받으러 갔을 때 거기서 또 풀배터리 검사에 대한 권유를 받았는데, 기관 연계로 일반적인 금액보다 조금 저렴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면담을 해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범주일 가능성이 있다나. 기지개도 그렇고 다들 그런 경우에는 이를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 다른 기관으로 연계해준다고 하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대화와 생각의 멀티가 잘 안 되더라. 모든 대화를 마친 후 혼자 반추하다가 그제서야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아니, 꽤 많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는 단서가 있어도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전에 사업설명회를 듣고 왔을 때 오후에 사업설명회가 어땠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혼자 차분히 기억을 반추하며 기록을 남긴 후에야 그 기록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마저도 안될 때도 많고.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더 궁금한 거 있냐고 물어보셔도 늘 바로 생각나는 건 없다. 마치고 나오면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별로 없다. 대화를 나눌 때 펜과 종이를 지참해볼까 싶기도 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다녀왔다. 서울청년센터 정책상담에서 청년성장프로젝트와 함께 소개받은 곳이다. 동기부여 방에서 오늘의 할 일에 적어 놓으니 구락지 님은 이곳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셨지만 이미 상담 신청을 한 이후이기도 했고, 자치구마다 있는 거니까 센터 분위기도 서로 다를 수 있으니 그냥 가보기로 했다. 작년에 기지개 연계로 했던 서울시 마음건강 뭐시기보다는 훨씬 낫더라. 거기도 기관마다 편차가 크다고는 하는데 내가 갔던 곳에서는 너무 “필요한 게 있으니까 온 거 아냐? 말해봐. 왜 말 안해? 난 이 침묵을 깨고 대화를 유도하지 않을 거야.” 하는 느낌과 “웅웅 잘 하고 있네. 더 할 말은 없고 그냥 열심히 해봐.” 하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간 김에 거기서 하는 5회기짜리 TCI 프로그램도 신청해서 참여해 보았다. 지원사업 수혜 전인 청년수당 때와 비교적 최근인 기지개 청플지 때, 그리고 이번에 검사한 것을 비교해 보니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청년수당 때 자극추구와 위험회피가 둘 다 중간쯤으로 나왔는데(56, 48) 청플지 때 수치가 급증한 것(94, 76)에 대해서는 청년수당 때 많이 위축되어 있던 만큼 어중간하게 체크한 것도 있을 거고, 자기이해와 자아확립으로 인해 나중에 한 게 더 정확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확실히 이번에 한 것에도 청플지 때처럼 둘 다 높게 나왔다. 정확히는 자극추구와 위험회피는 약간씩 높아졌는데(97, 90) 사회적 민감성과 인내력은 조금씩 낮아졌다(2, 2). 사회적 민감성과 인내력은 애초에 단 한 번도 10을 넘겨본 적이 없으니 오차범위 내이긴 한 것 같다.
사람을세우는사람들 더유스에서 재정비를 한다고 퀘렌시아 신청서를 다시 받고 있길래 작성해서 제출했다. 기존에 신청한 사람들도 이번에 다시 신청해야 재정비 후에 채팅방도 초대해주시고 한다는 모양이다. 모종의 이유로 나는 더유스에 초기 면담 자료가 없었는데, 이걸로 그것과 관련된 이슈는 없게 되었다. 가끔 정식 루트가 아닌 쪽으로 참여하게 되어 그런 이슈가 발생하는 곳들이 있다. 더유스 해결되었고 내비두 해결되었고 기지개는 처음부터 문제 없었고… 이제 이런 이슈가 남아있는 곳은 한 군데뿐인가.
두더집 집밥모임에 몇 번 참여해 보았다. 주방일에 대한 흐름이 전혀 파악이 안 되다 보니까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감이 안 왔다. 첫 날에는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느낌인데 그래도 그 다음부터는 간단한 거라도 조금씩 건드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참치회 님의 양모펠트 클래스에도 참여해 보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꽤나 많이 들더라. 내 취미가 되진 못할 듯. 프로그램으로 하면 그걸 위한 시간이니까 그럭저럭 하겠는데, 그렇게 따로 시간을 뺀 게 아니면 몇 번 찌르다가 도저히 못 견디고 일어날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라는데 나는 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등에 대한 선호가 낮을 뿐. 가끔은 오전에 칵테일 한 잔 하고 오후에 프로그램 참여하러 가면 알코올 냄시 나서 안 좋게 보이려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레몬청에 보드카랑 토닉워터 섞을 때 말리부도 넣으면 코코넛 풍미가 레몬에 더해져서 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달달한 게 땡길 때 깔루아밀크와 말리부밀크의 혼종을 마시기도 한다. 알코올이 가미된 코코넛커피라떼라고 주장해 본다. 알코올 중독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지. 건강검진 할 땐 내가 평소에 얼마나 마시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다. 한 잔씩만 마시긴 하는데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내 상태의 고점은 높아졌지만 저점은 제자리라서 편차가 커진 느낌이다. 그런데 알코올이 들어가면 저점이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평소의 고점만큼은 아니더라도 평소의 중상 컨디션 정도는 기본으로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저점을 높이겠다고 알코올 의존도를 높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매일같이 새로에 진로토닉 홍차맛을 섞어 마시던 시절에 처음 검사해 본 TCI의 성격 영역은 지금보다 매우 양호하게 나왔는데. …방금 건 무시하도록 하자. 칵테일 한 잔, 혹은 소주 한 병 정도의 컨디션이 평소에도 나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 다음 날 숙취는 없는데 저점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에 대한 현타 비스무리한 게 있더라.
보드카에 섞은 레몬청은 이번에 만든 거다. 이마트에서 처음으로 직접 레몬을 구매해봤다. 이런 레몬이 좋은 레몬이라고 했었지, 하면서. 기지개 권역 프로그램 첫 시간에 베이킹 하기 전에 랜덤 질문으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다가도 레몬청 이야기가 나왔는데, 언젠가 공유주방 대관해서 여기서도 해보라고 하시더라. 4인 이상 무료 대관이라 파티원이 4명은 되어야겠지만. 아마 뭐 할 때 편안하냐는 질문에 직접 만든 레몬청을 탄산수에 타서 마시는 것을 답하다가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 거주 취약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2026년 청년취업사관학교 SW 기초 과정 홍보물을 보니 하고 싶어졌다. 이미 졸업 후 대학을 다시 갔어도 또 졸업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취업 준비도 뭣도 안하고 살았기에 까먹은 게 많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공부하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이들보다는 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심화로 깊게 들어가기 전에는 새로 배우는 것보다 기억 저편의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게 더 많을 테니까. Python은 FastAPI를 비롯한 이것저것을 건드려 보며 가볍게 독학해 보았을 뿐 전공 커리큘럼에는 없었는데, 이참에 온라인 교육 들으면서 기초부터 빈틈을 매우고 IT 기초 지식을 복습해 볼까 싶기도 하고. 사실 개발자 안 하고 싶었는데 디자인 건드려 보니 차라리 개발자가 낫겠더라.
교육과정과 별개로, 학생 때 할 줄 알던 것들을 여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내 주력 언어였던 Rust를 복습해 보았다. 처음 공부할 땐 TRPL로 공부했는데 (C언어도 TCPL로 공부했던 걸 생각하면 난 확실히 그림 많고 비유 많고 그런 교재보다는 이런 류를 선호한다.) 이번에 복습할 땐 예제 위주로 훑어 보았다. 여전히 국내 IT 시장은 Java 원탑이라고는 하지만 작은 회사들은 Python도 많이 쓴다길래 뭘 많이 쓰나 봤더니 내가 5년 전쯤 관심 갖던 FastAPI의 입지가 그새 많이 올라 있더라. 당시에는 Flask/Django 양대산맥에 가려진 마이너 뉴비였는데 그새 많이 컸구나 싶기도 하고.
Rust를 메인으로 취업 준비를 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해서 Python+FastAPI도 복습해 볼까 싶더라. 그런 의미에서 Rust 복습을 마친 후, FastAPI도 다시 건드려 보기 시작했다. 어떤 걸 해볼까 하다가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을 하나의 기술스택으로 접목시켜 보기로 했다. PyO3를 통해 Rust 코드를 Python 모듈로 컴파일하고, Maturin을 통해 Python으로 구현한 FastAPI 서버에 연결하는 거다. 일단은 이렇게 시작을 해서 실습을 진행하면서 내가 가진 다른 기술 스택도 차차 접목시켜 나가면 하나의 유의미한 기술 스택이 되지 않을까.
예제 코드는 Gemini에게 요청하는데, 특정 주제로 요청한 예제 코드를 검토해 보고 의문점이 생기면 그 부분에 대해 왜 그렇게 작성했는지 설명을 요구한다. 때로는 설명을 요구한 부분에서 자기 실수라면서 새 코드를 작성해 주기도 하더라. 끝을 정해놓고 하는 커리큘럼이 아니라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실습해 볼 것 목록에 주제를 새로 추가하면서 이어 나가다 보니 이 공부는 언제 끝날지, 끝이라는 게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단 어디라도 취업이라는 걸 하게 될 때까지는 이어 나갈 듯. 취업을 해도 관심이 이어진다면 주말이나 적당한 때에 빈도만 줄여서 이어갈 수도 있고. 이렇게 해야지 하는 계획은 없다.
이것저것 건드리는 김에 노션 데이터베이스도 재정비했다. 2018년부터의 이것저것이 쌓여 있는데 그 사이에 새로 추가된 기능도 많고…. (라떼는 한국어 버전 지원도 안 했다…. 새로 추가된 데이터베이스 보기도 너무 많다….) 누더기처럼 쓰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서너 개 있어서 정리했다. 메인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작업 데이터베이스라는 기능이 추가되었을 때 작업으로 전환해서 사용해 본 거였는데, 이번에 필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 보기를 몇 개 나누어 좀 더 보기 좋게 만들었다. 역시 몇 년 쌓인 것들은 한 번 유지보수를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전에 꾸준히 관리해 놓으면 더 좋겠지만.
주 2회 연재하던 나의 지극히 사적인 일상툰은 언제까지 이어갈지 모르겠다. 당장 지난 일주일만 해도 한 편도 안 올렸다. 시리즈물 연재 중이었는데.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원래 한 달 정도 분량의 백업분이 있었는데 작업을 할 정신적 여유가 안 되는 사이에 백업분이 다 떨어지고 연재가 밀렸다. 이번에 작업 중인 시리즈까지만 하고 하고 싶은 얘기 조금만 더 하다가 그만둬 볼까 싶기도 하고. 역시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글로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학생 때 내가 하고 싶던 것. 음양오행과 한국설화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조선 비스무리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장편 판타지물은 저편으로 묻어두고. (떳떳할 이 자에 따뜻할 온 자를 쓰는 양씨 가문의 양이온을 서술자로 내세워서 이것저것 한자 드립도 많이 나오는 걸 기획했는데 하다 보니 공부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만뒀다.) 동물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옵니버스 형식의 가벼운 이야기도 있었는데 여기도 한자를 많이 썼구나. 풀 초 자에 사슴 록 자를 쓰는 사슴 초록이라거나, 뱀 사 자에 사내 랑 자를 쓰는 뱀 사랑이라거나, 한글 이름 같아 보이지만 사실 한자 이름인 게 많았다. 그런 취향.
뭘 하고 싶은지도 뭘 할 수 없는지도 모른 채 흘러간다. 그런 와중에도 뭔가 조금씩 정리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방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데 좀 더 물건을 비우고 싶기도 하다. 옷장에도 옷이 너무 많고…. 학생 때부터 입던 옷이 많아서 낡은 옷들은 처분하는 게 좋긴 할 텐데 내가 낡은 옷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지난 번에도 적당히 입고 나간 후에 듣고 보니 좀 낡은 것 같기도 하고, 정도였고. 잘 안 입을 것 같은 옷들은 받지 말 걸 그랬다. 잡동사니들은 정신적 여유가 될 때 조금씩 처리해야지. 사실 최소한 행거 하나와 책장 하나 정도의 분량은 이 방에서 필요 없는 게 확실한데 그만큼을 비우지 못하고 있다.
[caps lock]인지 [shift]+[space]인지 한영 전환은 아직도 헷갈린다. 습관적으로 잘못 누르곤 한다. 노트북을 자주 안 쓰니 [shift]+[space]를 눌러야 할 때 [caps lock]으로 잘못 누르는 경우가 더 많다. [ctrl]을 눌러야 하는데 [space] 옆에 있는 [alt]를 누르는 일도 많다. 그곳에 있는 건 [cmd]가 아니라 [alt]라는 걸 알면서도 또 습관이다. 멀티 플랫폼 유저의 어쩔 수 없는 고질적인 이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