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일 월요일 갑진년 을해월 경자일 음력 11월 2일
잊을 때쯤 되면 한 번씩 듣는 질문이 있다. 머리 어디서 했냐느니, 얼마 들었냐느니 하는 이야기다. 주로 최근에 히피펌을 했거나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묻는 말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히피펌과 비교하고자 하여 물어보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워너비 머리라며 따라 하고 싶다고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것은 자연 곱슬인 것을.
생머리를 가진 사람은 곱슬머리를 부러워하고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은 생머리를 부러워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무슨 짓을 해도 부스스해지고 잔머리가 떠다니는 이 곱슬머리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초등학생 때 엄마가 미용실에 데려가 매직 펌을 시켜주신 이후로 고등학생 때까지 꾸준히 머리를 피며 살았다. 사실은 내가 곱슬머리를 싫어했다기보다는 마찬가지로 곱슬이 심한 엄마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매직 펌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난 뒤에 뿌리 부분만 곱슬거리는 게 더 싫었고, 그리하여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험생 신분을 핑계로 미용실을 안 가다가 대학생 때 머리카락을 많이 쳐냈다.
곱슬이 심한 머리로 살아간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많이 요하는 일이었다. 심한 직모를 가진 이들이 일자로 뻗은 채 가라앉지 않는 머리카락으로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어느 방향으로나 과한 것은 썩 좋지 않다.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머리카락이 더 부스스해지기 때문에 자연건조를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도 한참 걸렸고, 컬링 에센스 등의 수단으로 머릿결을 정리하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머리를 감을 때 린스나 트리트먼트 같은 건 늘 필수였고, 그것을 한 것과 안 한 것은 명확한 차이가 있더라. 내가 어느 정도 관리를 할 줄 알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의 일이었으며, 그전까지는 가족들에게 머리를 자르든 매직 펌을 하든 하라는 소리를 자주 들으며 살았다.
요즘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하고 다니는 것 같다. 자연 곱슬은 펌에 비해 날 것 그대로의 머리라 지저분하게 결 없이 이리저리 휘어 있기 쉬운데, 히피펌을 했다고 자주 오해받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 것 아닐까. 최근까지 해결되지 않던 부분도 있긴 했는데, 뒷머리보다 앞머리 쪽이 곱슬이 더 심해서 자주 떠 있어 이 녀석들을 차라리 따로 모아 앞머리를 내버릴까 하는 고민을 가끔 하다가도 앞머리를 만들면 완전 지멋대로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앞머리로 이마를 완전히 덮지 않고 옆으로 살짝 넘긴 듯한 스타일을 보며 저런 느낌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과감하게 가위질을 하고 이틀에 걸쳐 늘 하던 비대칭 앞머리와 옆으로 적당히 넘긴 앞머리를 둘 다 해봤는데 확실히 후자가 나은 것 같더라. 그렇게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쳐 간다.
앞머리에 대한 건 생각보다 주변에서 반응이 없다. 4인가구의 나머지 세 사람 중에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주말에 같이 식사를 하고 공연을 보러 간 모임에서도 별 말이 없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머리 자른 소식을 접했던 자만이 언급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새삼 사람들은 주변의 변화에 별로 관심이 없구나 싶기도 하다. 오늘 오후에 청년기지개센터 광진 권역에서 강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서는 반응이 어떤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