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Part 1 길을 걷다가 24p

by 잡다니


그런 날이 있다.

내가 날 알아주고 싶은 날.

어느 누군가의 이해보다 나의 위로가 필요한 날.

날 꼭 안아줘야 하는 날.


그런 날에는 어김 없이 길을 나서야만 한다. 추리닝 바지 양쪽에 열쇠와 핸드폰을 하나씩 찔러넣어 푹 튀어나와 보기 싫어도 상관 없이. 요새는 밤길이 무서워 우연이가 없으면 쉽게 발이 안 떨어진다.


터벅터벅-

인근 대학생들의 이상한 시선은 죄다 무시한 채 그렇게 밤 12시에, 개를 끌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도 없이.


사실은 미친듯이 달리고 싶었는데 어느 새 난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가에 있는 굳게 닫힌 어느 목욕탕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마치 달리는 차들에 내 마음을 다 실어버린 듯 넋을 놓고선-


그러고는 이런저런 생각이 시작된다.

시작도 끝도 없고, 딱히 문제도 해결도 없는 그런 생각들. 우울한 고리에 엮여 발 못 빼는 불쌍한 나의 생각들을 그 밤에 자꾸만 깨워낸다.


언제부터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자꾸만 끝을 걱정하고 문제와 만났을 때 해결부터 찾게 되었을까? 시작은 시작으로만 문제는 문제로만 좀 즐겨봐도 괜찮을텐데. 라는 별 쓸데없는 생각과 저 건너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술이라도 취한 사람으로 알고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지. 라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과 달리고 싶었는데 왜 주저 앉아있는가? 몸이 무거워진걸까 마음이 무거워진걸까 재고 있는 한심한 생각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툴툴 털고 일어난다. 별 마무리도 없이 뚜렷한 해결도 없이 난 그 날의 산책을 마친다. 나를 꼭 껴안아줬으니 이제 됐다며-




그런 날이 있다.

내가 날 알아주고 싶은 날.

어느 누군가의 이해보다 나의 위로가 필요한 날.

날 꼭 안아줘야 하는 날.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길을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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