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요?
일년에 50권의 책을 읽어보자는 호기로운 계획이 처참하게 무너졌던 작년. 올해는 20권으로 목표를 대폭 수정했지만 여전히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목표를 채우려면 이번 달에 최소 한권은 읽어야 되는데.. 하며 1월 마지막주가 되어서야 다급하게 책을 한권 집어들었다.
이석원의 두 번째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노오란 책표지가 마음에 들어 덜컥 사버렸던 첫 번째 산문집 [보통의 존재]도 아직 다 못 읽었지만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을 먼저 집어들었다. 이 책은 새해가 되어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좋은 분께 받은 선물이라 더 소중했다.
살구색의 얇은 표지에 그 흔한 일러스트 하나 없이 오롯이 글자로 가득한 책. 평소에 그림이나 사진이 가득한 책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 책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 (아마 [보통의 존재]도 비슷한 이유로 구입했었을 터.)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점심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따뜻한 카페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2월 첫날이 되어서야 50여장도 채 안되는 1부를 겨우 읽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 아쉽게 책을 덮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이미 내 마음은 이 책에 완전히 사로잡혀버렸다.
홀씨처럼 둥둥 떠다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 떨어져 피어나는 것.
누군가 물을 주면
이윽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그렇게 뿌리내려 가는 것.
ㅡ 마음, 26p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이토록 간절히 외치는 그가 왠지 멋졌다. 한 여자의, 한 여자에 의한, 한 여자를 위한 한 권의 책. 이 책을 읽은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 김정희씨들의 마음은 내내 설렜을까? 그리고 그 둘은 결국 잘 되었을까? 아니 이렇게 은밀한 사생활을 스스로 다 폭로해버리고 소설도 아니고 수필집이라고 내놓은 그 당당함은 과연 어디서 생산되는 걸까?
1부를 읽은 뒤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난 어느새 이석원의 팬이 되어 있었다. (사실 예전부터 언니네 이발관을 좋아했지만 작가로서의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언젠가는 그를 꼭 보고싶어졌다. 먼저 그의 세계를 좀더 만나봐야겠다. 보통의 존재 어디다 꽂아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