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길을 걷다가 71p
밤기운이 차다.
요즘 풍경을 자주 그린다.
허공이 도화지가 되고, 생각이 붓이 되어.
이렇게 찬 기운이 도는 날엔
오후 4시의 따뜻한 햇살이 억새풀을 적시는 동산을 그려본다.
은은한 금빛 파도가 치는 고소한 동산.
솨르르 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자유와 여유 그 중간 어디쯤에서 헤매는 청춘처럼 아름다운, 억새풀이 하늘에게 속삭이고, 하늘이 억새풀에게 귀기울이는, 너와 내가 함께 서 있는,
그런 동산.
밤기운이 차다.
눈을 살짝 감았다 뜨면
나는 오후 4시의 억새풀 동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