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1.

미국 자전거 횡단을 결심하기까지.

by 김동겸


자전거를 산지 언뜻 일 년이 되어간다.


자전거를 구매할 당시 나는 전역과 동시에 자전거를 타고 부대에서 서울까지 오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경북 영천에서 출발해서 집까지 약 4일의 시간이 걸릴 테고, 이 시간 동안만큼은 지난 2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해보겠다는 다짐이었다. 전역했으면 곱게 집이나 갈 것이지 뭐하러 생고생을 사서 하냐는 소리를 주변에서 하고는 했지만, 필자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 중2병 환자와 같았기에, 그 여행이 군생활의 진정한 마침표이자 새로운 인생의 첫 장을 열 '그 무언가'일 것만 같았다.



< 전역날 >



그러나 안타깝게도(어쩌면 다행히) 말년휴가 복귀를 하면서 자전거를 챙기려던 차,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새로 산 자전거에 비를 맞힐 수 없다고 혼자 투덜대며 자전거를 집에 놓고 부대에 돌아갔고, 전역날 KTX를 타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다행이라고 느끼기도 했던 것이, 당시 약 400km의 거리를 달릴 그 어떠한 준비도 안 되어있던 상태였다. 오로지 전역한다는 자신감 하나로 덤벼든 것이었고, 나도 마음 한편으로는 내 체력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비를 맞고 타도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핑곗거리를 만들며 나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뒤로 숨긴 체 내 계획을 백지화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뒤, 복학을 하며 일상으로 돌아왔고, 자연스럽게 자전거는 통학용 수단 정도로 전락하게 되어버렸다. 가끔가다가 약 40km 거리에 있는 팔당댐까지 '장거리' 주행을 하기도 했는데(적어도 나에겐 장거리였다), 그곳에서 초계국수를 먹고 집 오는 길이면 녹초가 되어 동행과 한 마디도 안 하고 멍하니 지하철을 타고 오곤 했다. 400km는 개뿔, 40km도 힘들어 죽는데. 자전거 여행은 그렇게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말년병장의 객기 정도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400km는 개뿔, 40km도 힘들어 죽는데.



시간이 흘러 2016년 1월, 휴학을 하고 한 음악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업계에 일하는 것이 꿈이었기에,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그러나 얼마 안 돼 이곳에서 말단 계약직 사원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모던타임스>의 찰리 채플린처럼 나사를 조이는 일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이 좋아서 들어왔지만, 음악이 좋았기에 그곳에서 나사만 조일 수밖에 없는 직장이 더더욱 싫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 계약직 사원에게 무엇을 맡기리랴 싶기도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한 번밖에 안 올 이 젊음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에 낭비하는 현실을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 나사는 늙어서도 언제든지 조일 수 있어.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해.' 결국 나는 퇴사 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무조건 하리라 결심했고, 곧바로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여행용으로 샀지만 마실용이 되어버린 자전거 >



일 년 전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오지 않은 것이 한이 되었던 걸까. 나는 가장 먼저 '국토종주'를 떠올렸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 싶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저 하고 싶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퇴사를 한 뒤 약 세 달 간의 시간이 남았었다. 국토종주는 일주일이면 한다. 이 정도로는 아쉬웠다. 회사 때려치우고 고작 한다는 게 일주일 여행 갔다 오는 것일 수는 없다. '그래! 이왕 하는 거 미국으로 하자.'



미국 횡단. 자전거를 타고 그 드넓은 땅을 건너는 상상을 했을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너무나 신났다. 그리고 웃겼다. 40km도 겨우 타는 놈이, 400km도 아닌 400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타고 가겠다고?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이기에 더 하고 싶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을 망상에 보내곤 했지만, 이처럼 나를 설레고 신나게 하는 것은 없었다. 못할 이유는 또 뭔가? (예비) 백수이기에 시간은 넘쳐나고, 사지 모두 멀쩡하며, 영어 또한 문제가 안 된다. 뭐 무서운 거라 해봤자 곰, 사막, 총 정도?(......) 그래서 일단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회사에 퇴직 의사를 전했다. 5월 31일 퇴사. 6월 2일 LAX로 출국.



< 이제 빼도박도 못한다 >







아직 덜 끝난 Prologue의 Epilogue... 나사를 실컷 조이다 보면, '성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무엇일까'라고 물으며 혼자만의 똥철학을 풀어내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내 똥철학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곧 성공이자 행복'이다. 개나 소나 다하는 말이다. 그런데 개나 소처럼 짐승이 아니고서야 이 말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사회적 책임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쟁심리 등에 의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순수하게 했던 적이 있던가. 적어도 나는 그런 적을 찾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꼭 내 똥철학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덜 끝난 Prologue의 Epilogue... 2(필자가 원래 말을 잘 못 끊는다.) 미국 횡단 준비를 하면서 이 도전에 성공한 선배(?)들의 후기 및 언론 인터뷰 등을 자주 접했다. 그들의 동기는 다양했다. 독도, 위안부 등의 이슈들을 알리고자 하거나, 자선단체를 위해 모금운동을 한다던지. 나는 만약 인터뷰를 한다면(물론 그 어떤 언론사도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꼴려서 건넌 남자'로 알려졌으면 한다. '#꼴건남'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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