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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29. 2016

Day 51

People are nice

오늘 탄 거리: 67km (Warsaw ~ Fort Wayne)

총 이동 거리: 4457km


주유소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밤을 새는데 너무 추워서 중간에 계속 깼다. 아무래도 알바생이 나를 내좇으려고 에어콘을 말도 안 될 정도로 세게 틀어놓는 것 같다.

춥다 추워.

너무 추워서 따뜻한 차라도 마셔야겠어서 다시 주유소 쪽으로 가서 계산을 하는데 종업원이 나한테 자전거 여행에 대해 대화를 건다. 평상시같으면 대답해주겠지만 졸려 죽겠는데 이런 걸 물어보니 좀 짜증나려고 한다. 귀찮다는 듯이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나를 서브웨이로 따라와서 계속 이것저것 물었다.

서브웨이에 들어가니 아까보다 더 춥다. 그래 추워서 잠도 못 자겠다 싶어 내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제 내 여행을 주제로 몇 시간씩 이야기하는 건 일도 아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물어봤기에 갈고 닦아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인 상태. 그런데 내 앞에 앉은 Dustin이라는 이 종업원은 여태만난 사람 중 내 이야기를 제일 집중해서 듣는듯 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

본인은 미국 중부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인터넷에서 항상 그런 모험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나도 불과 두 달 전까진 여기까지 올줄 상상도 못했던 사람인데... 그러면서 자기는 꼭 나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부채질을 해주니 난 또 신나서 아예 Dustin이 일하는 카운터 옆에 앉아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입이 아프도록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침이 밝았다. 여행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점점 인생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마무리는 포켓몬으로. 알고보니 엄청난 포켓몬 덕후였다.

얘기하다가 아침이 됐다.
Dustin이 공짜로 준 아침.
굿모닝.


아침을 공짜로 먹여주더니 있다가 자기 퇴근하면 같이 Warsaw로 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그쪽에 Airbnb 숙소를 알아본 상태고 거기다 아직도 엉덩이가 말이 아닌 상태라... 그말을 듣고 바로 트럭에 자전거를 실었다. 그리고 같이 퇴근을 한 뒤 Dustin네 집에서 샤워를 하고 다시 출발.

집에 있는 테디가 생각난다.

Dustin이랑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포켓몬 사냥 좀 하다가 이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일식집이라며 후미진 외관의 빌딩으로 데려갔다. 인디애나에서 제일 맛있는 스시라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나 싶었는데 진짜 신세계... 미쳤다. 한국에 데려가고싶다.


근데 계산을 하려니 Dustin이 이것도 자기가 내겠다고 한다. 그리곤 자기가 집에서 가져왔다면서 블루투스 스피커랑 후레시, 보조배터리를 그냥 줬다. 이친구는 천사인가...나랑 코드도 너무 잘 맞고 처음보는 나를 이렇게까지 챙겨주다니 Dustin도 한국으로 데려가고 싶다.

Dustin

Dustin이 내일 파티를 한다면서 나를 초대했지만 비행기를 타러 뉴욕에 가야하기에...진짜 너무나도 더 있고 싶지만 거절해야했다. 그리곤 작별인사를 한 뒤 나는 Airbnb 호스트가 답장을 하기를 기다렸다. 새벽에 예약요청을 보냈는데 아직도 무소식이다.


답답하다.

메시지를 계속 보내도 답장이 없어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 급하게 Warmshowers로 근처 호스트를 찾아봤다. 60km 거리에 있는 Fort Wayne에 한 커플이 호스팅하고 있다. 전화를 하니 바로 오케이. 아니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착하지...

Fort Wayne 가는 중~
Columbia City라는 마을을 통과.

엉덩이가 아파서 오랫동안 서서 타야했지만 순풍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Nathan과 April이 벌써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냠냠.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자꾸 나보고 책을 쓰라고 한다. 진짜 책 한 권 쓸까... 좀 솔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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