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key butt
오늘 탄 거리: 115km (Lowell ~ Plymouth)
총 이동 거리: 4390km
습한 건 아무리 있어도 익숙해지기 힘든 것 같다.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린 체 일어났다. 찝찝... 어제 물에 적신 옷은 아직도 안 말랐다. 거기다가 냄새가 장난 아니다. 그냥 비닐봉지에 넣고 벗고 다녔다.(물론 바지는 입었다.)
미국에서 no shirt no service인 곳이 많아 어디 들어갈 때마다 티셔츠를 입어야했다. 그래도 밖에선 도무지 못 입고 있겠다. 거의 습도가 90%에 맴돌기에...
오늘은 Plymouth라는 곳에 있는 트럭 스탑을 갈 예정. 트럭 스탑은 주유소인데 트럭 운전사들이 주차해놓고 잘 수 있게 샤워실 등을 구비한 곳이다. 오늘 밤에 천둥번개가 친다길래 여기서 밤 샐 생각이다.
그렇게 출발했는데 동쪽으로 50km 정도 가니 더 이상 더워서 못 가겠더라. 너무 습해서 숨이 퍽퍽 막힌다. 일단 점심을 대충 때우고 동네 도서관에 피신하기로.
자전거 타는 얘기를 도서관 직원에게 말하니 먹을 걸 줬다. 여기는 마을이 하도 작다 보니 도서관 직원이 이용객들이 누군지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이런 동네의 도서관은 우리나라처럼 조용한 분위기이기 보단 마을 회관 느낌이다. 이래도 될까 싶을정도로 엄청 시끄럽게 떠든다. 덕분에 동네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마침 도서관에서 쉬고 있을 때 번개가 치면서 비가 오기 시작. 여기서 출발하기 전에 비가 와서 다행이다. 그 상태에서 비까지 맞았으면... 아마 지금쯤 매우 기분이 안 좋았을 거다.
비가 그칠 때까지 낮잠을 자고 네시쯤 다시 일어나 출발. 그런데 습해서 그런지 사타구니가 너무 쓸려서 아프다. 50일동안 아무 문제 없었는데 지금 와서 거기가 아프다니... 이 고통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만 알 거다.(사실 나는 처음 겪어봤다.)
습기 때문에 마찰이 심해져서 사타구니쪽 살이 까지는 건데 진짜 안장에 앉을때마다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남은 50km를 서서 왔다.
나중 되니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 거의 고문수준.
막판에 주유소 10km 지점에 모텔이 있어 들어갈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지만 돈이라도 아끼자 싶어 그냥 10km를 더 탔다.
주유소에 끙끙대며 도착했는데 시설이 엄청 좋다. 웅크리고 잘만하다. 샤워가 무려 12달러라는게 좀 흠이지만 내가 지금 이 꼬라지에 또 안 씻고 잘 수는 없다.
씻고나서 서브웨이에서 풋롱 샌드위치를 먹었다. 뭔가 혼자 슬립오버 파티하는 기분. 군대에서 불침번 스는 것 같기도. PX에서 불침번을 슨다고 생각해봐라.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