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da hood
오늘 탄 거리: 90km (Bridgeview ~ Lowell)
총 이동 거리: 4275km
오늘은 Michigan City로 가는 날. Lake Michigan에 인접해 있는 도시다. 우범지대인 남쪽 시카고를 피하기 위해 일단 남쪽으로 향했다.
한 한시간 정도 남쪽으로 간 뒤 다시 동쪽으로 좌회전. 이정도쯤이면 슬럼가를 다 피했겠다 싶었는데 점점 동네가 허름해지더니 무너지기 직전인 집들밖에 없는 곳으로 변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리 겁 먹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때 경찰차 한 대가 나를 세웠다.
나보고 여기서 대체 무슨 정신으로 자전거를 타냐고 물었다. 이쪽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면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나보고 이곳을 뜰 것을 권고했다. 이말을 들으니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다. 여기 정말 장난 아니구나 싶었다.
알고보니 내가 있던 곳은 미국에서 제일 위험한 동네중 하나라고 한다. 경찰관이 나보고 전철을 타고 시카고 시내로 간 뒤 거기서 기차로 미시간 쪽으로 갈 것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가지마요ㅠㅠ)
바로 전철역으로 간 뒤 표를 끊었다. 그런데 열차 시간표를 보니 다음 열차가 두 시간 뒤... 여기서 자전거랑 짐을 갖고 두 시간을 여기서 기다리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을 것 같다. 기다리느니 그냥 달리는게 안전할듯 싶어 다시 내려가서 냅다 남쪽으로 달렸다.
중간에 구글 지도가 나를 제철소 안으로 들여보내기도 했는데 사방에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 그 동네로 다시 가느니 그냥 쇠고랑차고 경찰차에 타는 게 나을듯 싶어 일단 직진. 역시나 경비가 나를 세웠다.
나는 내 상황을 설명하고 대충 구글 지도 탓을 했다. 다행히 나를 경찰에 안 넘기고 반대쪽 출입구까지 에스코트 해주었다.
그렇게 그 길을 한 두 시간 넘게 달렸나... 그쯤 되니 옥수수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옥수수가 이렇게 반가울줄이야. 이제 좀 안전한 곳으로 왔다 싶어 먹을 걸 사먹고 도서관도 들렸다.
도서관에서 나오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그냥 근처에서 캠핑하기로. 공원이 하나 있길래 여기서 자기로 했다. 동네 양아치들이 옆에서 모여서 담배를 피고 있길래 갈때까지 기다렸는데, 놀랍게도 엄마가 다들 차로 데리러 오더라.
어쨋튼 시카고에서 살아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제 도시에 들어갈때마다 범죄율 지도를 매우 꼼꼼히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