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겸 Jul 25. 2016

Day 48

Chicago...& false alarm

오늘 탄 거리: 52km (Chicago ~ Bridgeview)

총 이동 거리: 4185km

어제 너무 객기를 부린 것 같다. 아침이 되고 나니 하루에 150km씩 가면서 '북미횡단'에 도전하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루라도 비오면 사실상 완주가 힘들어지는 상황. 딱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할 수 있을텐데... 안타깝지만 개강 때문에 귀국을 해야하기에 북미횡단은 반나절의 객기로 종료. 다시 원래대로 뉴욕으로 간다.

혼자 있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서 변덕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사전조사를 사실상 거의 안 한 상태이기에 애초에 따를 계획이 없어서 더 그런듯. 이제는 확정이다. 더 이상 마음을 바꿀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무조건 피츠버그-워싱턴DC-뉴욕으로 가야한다.

그렇게 찝찝함 속에 아침을 먹고 시카고 시내를 구경하러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여태 들린 도시 중 가장 크고 복잡해서 바로 옆에 있는 미시건 호수 자전거길을 찾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알려줘서 진짜 고생...

The Bean @ Millennium Park


그래도 경치는 끝내준다. 미시건 호는 마치 바다처럼 느껴진다. 여기를 구경하고 있으면 일할맛이 날 것 같다. 도시 자체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관광객이 덜 있는 뉴욕 같다. 물론 그래도 관광객이 많긴 하지만.

Navy Pier
Lake Michigan
스타벅스에 신기한 무선 충전시스템이 있었다.(나만 처음 보는 거일 수도)


한식을 먹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있고 복잡한 도심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게 너무 피로해져 그냥 스타벅스로 때웠다. 그리고 이제 시카고를 떠야할 시간. 기차를 타고 왔으니 나갈때는 자전거로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만 시카고 남쪽 동네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게 문제.

작년 뉴욕에 있었을때 브루클린 거리를 홍대처럼 새벽 한시에 돌아다녔던 나지만 시카고까지 오는 내내 하도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어서 가기가 겁났다. 그래서 결국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크게 돌아가기로 결정.

남부 시카고 범죄율... 소말리아 인줄 알았다.

범죄율 지도를 보면서 남서쪽에 아주 앏게 범죄율이 적은 구간이 길을 따라 있길래 그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결국 허름한 동네로 빠지긴 했지만 별로 겁먹을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 세 시간 정도 달리니 갑자기 어지러워지기 시작. 오늘 폭염주의보였는데 아마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시카고는 벗어나야지 싶어 계속 가려했는데 결국 길가에 뻗어버렸다.

급하게 주변 Warmshowers 호스트 몇명한테 문자를 보냈다. 사실 평일 낮 4시라 답장이 올거라 기대도 안 했는데 신기하게도 한 명(Alex)이 바로 답장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더 한 뒤(여태 만난 호스트 중 가장 신원확인이 까다로웠다) 바로 집으로 와도 좋다고 문자를 했다.

매우 꼼꼼히 내 신원을 확인했던 Alex

덕분에 오늘은 50km도 안 가서 맥주나 마시고 시원하게 드러누울 수 있었다. Alex는 지난 겨울 플로리다-LA를 자전거로 탔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겪은 일을 정말 비슷하게 경험했다. 텐트가 비바람에 부숴지고 자전거를 도둑 맞고. 거기다가 돈을 아끼는 방식이나 노숙하는 것도 엄청 비슷해서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그동안 자전거 여행객을 많이 만났지만 이처럼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처음 봤다. 덕분에 그동안 혼자 지쳤던 마음을 좀 풀 수 있었다.


Alex. 진짜 좋은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4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