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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Jul 25. 2016

Day 47

북미횡단

오늘 탄 거리: 109km (Davenport ~ Princeton)

총 이동 거리: 4133km


오늘 하루 종일 기차를 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했다. 내 여행의 본질이 과연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에 있는 건지 아니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구경을 하는 것에 있는 건지 갈등이 됐다.

어차피 어디를 어떻게 가든 기차를 예약해놓은 Princeton은 지나가야하니 일단 출발.(동명의 대학교와는 무관한 곳이다)

출발.
길이 막혀있다... 옆에 풀숲을 뚫고 갔다.
길이 물에 잠긴 곳도 있다. 물론 이것도 그냥 직진.


어제까지만 해도 기차 타는 게 괜찮다고 생각되어 예매를 했었는데 오늘이 되니 마치 '치팅'을 한다는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시카고를 건너 뛰고 바로 피츠버그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니 호스텔까지 예매해놓은 상태이기에 그 돈이 아깝더라. 시카고를 못 보기 되는 것보다 거기서 공짜로 샤워랑 아침을 먹을 수 있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진짜 노숙자 마인드).

길막.


결국 기차를 타기로. 그리고 또하나 다른 결심을 했다. 캐나다에 가기로. 뉴욕이 아닌 캐나다 제일 동쪽에 있는 노바 스코샤를 골인지점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며칠 전부터 캐나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는데(아마 미국 중부가 습해서 그런듯)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그냥 원래 계획인 뉴욕을 목적지로 유지했었다. 그런데 기차 찬스까지 쓰는데 못 갈 이유도 없지 않나.

사실 시카고는 캐나다 가는길에서 좀 벗어난 곳이라 해봤자 여정이 100km도 안 줄은 상태. 앞으로 거의 3000km가 남아서 하루에 150km가까이 타야 한다... 그리 좋은 계획 같지는 않지만 노바 스코샤의 바다를 꼭 봐야겠어서 그리하기로. 미국횡단기라는 제목으로 피츠버그나 워싱턴DC 뉴욕 사진구경을 기대했던 독자분들께는 양해를 부탁한다.


기차를 기다리는 중.
총을 못 들고 들어온다니 안심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뭔가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느낌. 지난 이주 동안 찜통 더위 속에서 옥수수밭만 구경하면서 한 풀 꺾였던 사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이제 여행의 제3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1막은 모하비 및 아리조나 횡단, 2막은 로키산맥, 옥수수는 생략.)

이제 기차를 타고 시카고로 이동하는 중. 사실 아침만 먹고 시카고를 떠날 생각이라(진짜 아침밥이 아까워서 가는 거다) 시카고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캐나다에 대한 설레임이 크다.





지켜봐주시라. 본격 북미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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