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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Aug 11. 2016

Day 56

The Road Not Taken


오늘 탄 거리: 103km (New Philadelphia ~ Stuebenville)

총 이동 거리: 4941km


알람을 다섯시 반에 맞췄는데 일어나보니 여덟시. 아침을 먹고 다시 들어와서 잠깐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12시다. 망했다. 피츠버그 가서 야구 경기 보는 건 이미 포기. 그냥 중간 지점에서 자야지.

학교에 가까이 살 수록 더 게으름 피워서 지각을 많이 하듯이 뉴욕에 가까워질수록 더 게을러지는 것 같다. 점점 페이스가 떨어진다... 습해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

New Philadelphia 나가는 중. 아이 더워라.


오늘은 그래도 역풍이 불어서 덜 덥긴하다. 대신 열 받지만.

오하이오는 자전거를 타기엔 정말 안 좋은 곳인 것 같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미국횡단을 하려고 고민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오하이오는 부디 피하길. 웬만한 도로에 갓길은 거의 없는 거나 다름 없으며 그나마 남은 갓길도 상태가 영 아니다. 게다가 경사는 어마어마하고... 자동차들이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아 계속 경적을 울린다. 최악이다.

옆에 시속 100km로 트럭이 달리는데 50cm도 안 되는 폭의 갓길에 내 목숨을 맡긴다.
이젠 갓길도 사라졌다.
돼지우리.

오하이오 욕을 하면서 길을 가다 보니 갑자기 자갈밭으로 변했다. 후... 열 받는다. 이 길은 선수가 와도 로드 바이크로는 절대 못 탄다고 장담할 수 있다. 내려서 끌고 가는데 끌기도 힘들다.


사진으론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하기 힘들다.


그렇게 3km를 걸어가니 강을 건너는 다리가 폐쇄. 아니 진짜 열 받네... 3km를 다시 끌고 돌아가려니 너무 막막해서 옆에 있는 숲 속으로 뚫고 가기로.


숲 입구 부분에는 길 비스무리하게 흙이 파여져있었는데 가면 갈 수록 풀이 길어지더니 한 몇 백 미터 들어가니 아예 풀밖에 없다. 벌레는 엄청 많고 길은 안 보이고... 일단 동쪽으로 가는데 게다가 풀들은 가시투성이. 너무 화가나서 소리지르니 반대 쪽에서 개가 짖는다. 자전거를 어깨에 짊어지고 욕하면서 개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다.

점점 길이 사라져간다...
이제 그냥 숲.

그 숲을 한 1km 정도 들어가니 앞에 전봇대가 쓰러져 있었다. 후... 인내심에 한계가 와서 자전거를 던져 버리고 싶었다. 이건 절대 못 건넌다. 건너다가 죽느니 그냥 돌아가고 말지. 그렇게 다시 욕하면서 폐쇄된 다리로 왔다.


아나..진짜...

다시 와보니 아니... 옆에 길이 뚫려있었다. 그것도 못 보고 숲에서 그 개고생을 했다. 진짜 울고 싶다. 물은 다 떨어졌고 땀에 흠뻑 젖었는데 다리에는 또 가시에 쓸려 피가 난다.


울상이 되서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어떤 농부 아저씨가 일하고 있었다. 아저씨에게 달려가 물을 달라고 하자 아이스 박스를 열어주면서 다 가져가라고 하셨다. 덕분에 혈압을 좀 낮출 수 있었다.

아저씨거 언덕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셔서 그쪽으로 가기로. 이제 구글 지도는 안 쓰련다. 다행히 아저씨의 농장에서 좀만 지나가니 포장도로가 나왔다.

포장도로다ㅠㅠㅠ

그러다가 지도를 보고 또 돌아가는 듯 싶어 아저씨가 알려준 길 말고 다른 쪽으로 빠지니 웬 언덕이 이렇게 가파른지... 그냥 아저씨 말 들을걸 혼자 똑똑한 척 하려다가 다시 또 개고생했다. 한 30분 동안 최소 경사 8도는 될 언덕을 오른 것 같다.


오늘의 교훈: 잔머리 굴리지 말자.

그렇게 예상보다 훨씬 늦게 Airbnb 호스트 집에 도착. Stuebenville이라는 완전 망해가는 도시 한 가운데 있다. 한 때는 철강업으로 미국에서 제일 부촌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 철강업자들이 전부 피츠버그로 향하면서 이제는 완전 게토가 되버렸다. 가는 곳마다 왜 이런 곳인지... 오하이오는 그닥 나한테 안 맞는 것 같다. 내일은 드디어 피츠버그에 도착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Stueben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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