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위한 공부
경제를 어떻게 읽을까? 이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앞에서 내가 왜 경제를 읽었는가 대해서 돈이 궁금하였다고 한 것처럼 지금 내가 궁금한 지점이 어디인가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공부하면 가장 먼저 따라오는 것은 투자, 재테크 같은 자산증식 측면의 공부다. 내가 매달 월급을 받으면 어떻게 분배를 하고 어디에 투자를 하고 고민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뉴스를 편하게 이해할 수 있고 금융상품은 어떻게 동작을 하는지, 금리가 부동산에 끼치는 영향처럼 일반상식이나 학문적인 측면의 독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큰 틀에서 경제를 이해를 하지 못하고 투자기법만 달달암기하고 달려드는 것은 투기꾼, 도박사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에 빠삭한들 돈 관리를 못하면 그거대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둘 다 중요하다. 경제적인 지식을 바탕하여 보다 정교한 나만의 투자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지금 나오는 뉴스를 보고 다음 상황에 대해서 유추해 보는 인사이트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투자를 위한 공부와 학문적인 경제는 접근법과 우선순위가 사뭇 다르다. 지금 당장 주식투자를 해보겠다고 멘큐의 경제학을 꺼내는 것도 그다지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돈을 어디에 두고 싶은가
지금 본인이 직장생활을 하고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곧바로 부동산, 주식, 연말 세액공제, 연금저축펀드, 노후준비 같은 다양한 키워드가 떠오를 것이다. 최근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복지차원으로 IRP를 가입하게 하여 설정하였는데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상품이 아닌 연금 목적으로 직접 은행고배당주, S&P, 금, 리츠를 섞어서 선택하였다. 그 밖에도 어떤 금융상품 같은 것을 가입할 때 나는 직원의 추천이나 시스템이 자동으로 선택해 주는 것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는다. 혹시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주문하려고 하였는데 종업원이나 사장이 다른 것이 더 맛있다며 권하는 경우를 겪어본 적이 있는가? 어디에서 보았는지 잊었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판매할 때 오늘의 메뉴, 추천 메뉴는 대게 회전율이 높고 마진이 높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추천 메뉴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판매자를 위한 것이다.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고객에게 최선의 선택을 골라주는 것이 아닌 회사나 영업사원이 최대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의 어머니는 예전에 펀드를 들었다가 학을 땐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한창 펀드 열풍이 불던 때다 보니 은행직원의 권유로 조금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추천 상품 두 개를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이 두 상품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의 상품이 오르면 다른 상품은 떨어지는 그런 펀드를 추천한다고 팔고 있었던 것이다. 복잡한 것을 잘 모르겠다고 은행이 추천해 주는 상품과 우직하게 적금만 드는 것 보다도 조금만 투자하면 더 나은 방법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 하다 못해 적금만 계속 드는 것보다 파킹통장과 풍차 돌리기 등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비상금과 묵돈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갈 수 있다. 재테크로 돈을 굴리는 것 역시 앞에서 말한 "경제를 아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투자를 위한 경제 독서
투자와 관련된 책을 몇 가지 고르자면 [워런버핏: 주주서한 / 피터린치: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앙드레 코스톨라니: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존 보글: 투자의 정석] 유명하고 좋은 책이 있다. 그 밖에도 잘 알려진 여러 책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지엽적인 기법이나 방법을 다루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항상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투자기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마다 방법이 다르다. 그러니 투자 서적을 찾아볼 때 너무 특정 인물이나 책을 성경처럼 떠받들 필요는 없다. 최대한 여러 가지 책을 살펴보고 적용도 해본 다음 나에게 잘 맞는 하나의 방법을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본다.
내가 군대에서 읽었던 어떤 주식투자 책에서는 물타기를 적극적으로 권하였다. 가령 10,000원에 산 주식이 9,000으로 떨어졌을 때 같은 금액으로 매수를 하면 평단이 9,500원이 되고 주식이 반등을 하였을 때 보다 빠르게 수익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무조건 기계적으로 손절하는 것보다 종목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였고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을 때 그리고 지금의 하락은 외부적인 이유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모 유튜브에서 나온 것처럼 일명 "최고민수야 고맙다!"를 외치며 매수(buy the deep)하는 것이다.
반면 어떤 책에서는 (일본 저자의 가치투자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위와 같은 표처럼 손실폭에 따른 필요한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것을 보여주며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예상하거나 버틸 수 있는 손실률을 계획하고 미련 없이 포기할 것을 권하기도 하였다. 어떤 경제심리학 책에서는 앵커효과를 설명하며 내가 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수를 하면 그 가격에 앵커(기준)를 내려버리게 된다. 그러니 내가 샀던 주가의 기준이 아닌 지금의 가격을 가지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 있었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마라고 하지 않던가. 이 둘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며 항상 정답인 기법은 없다. 한때 운 좋게 큰돈을 번 것을 가지고 맹신하다가 큰돈을 벌었음에도 다시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충분한 공부와 경험, 그리고 이전에 통했던 방법이 지금도 유효할 것이라는 자만심을 버리는 것뿐이다.
*위 사진에 나온 존리가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존리는 유료강의를 판매하거나 리딩방을 운영하지 않으며 컴플라이언스 특성상 직접투자를 거의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인증할 이유가 없다. 다만 도의적으로 수익률을 공개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주식고수라고 자청하는 사람들은 조작할 경우 처벌받는 실질적인 소득증명서대신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스크린샷 같은 것들로 수익률을 자랑하며 유료회원가입을 유도한다.
특정인물을 너무 맹신하지 말 것이라고 하는 이유는 투자강의와 책을 팔고 강연을 하는 사람이 정말로 계속 투자를 잘해서 유명한 것인지 아니면 잠깐의 행운으로 큰 수익을 거두고 이를 평생 써먹는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볼 때마다 궁금했다. 그렇게 투자를 잘한다면 본인이 직접 투자자산운용사를 굴린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데 강연을 하고 다닐까? 어느 유튜버를 보면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고난다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세 살면 바보라며 영끌해서라도 내 집마련을 하라고 부추기며 책과 강의를 팔고 강연을 다녔다. 하지만 그 시점은 정확하게 고점이었고 이제 부동산 주제는 조용히 집어넣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내 개인적인 심정은 솔직히 말해 본인이 리스크를 지며 투자하는 것보다 책 팔고 강연 다니는 게 리스크도 없이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렇다고 본다. 돈이 모이는 곳에 사기꾼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많은 정보를 직접 보고 내가 스스로 판단할 것" 나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 앞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은행이자보다 더 쳐준다는 곳은 절대적으로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은행이자보다도 높은 수익률"과 "원금보장"은 절대로 같은 문장 안에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게 될 때 이를 보지 못한다. 나의 투자 철학을 물어본다면 그래도 매년 "인플레이션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많이 읽고 많이 시도해 보고 맹신하지 말 것
교양을 위한 경제
투자를 지나 경제를 주제로 하는 유명한 책들이 많다. 경제학콘서트, 괴짜경제학, 마이크로트렌드, 돈의 심리학, 아주 오래전부터 읽었던 여러 경제와 관련된 책들이 생각난다. 투자와 달리 어떤 경제학 도서는 주로 인문학, 교양의 성격을 지니며 경제심리학(행동경제학)처럼 사람의 심리와 관련이 있고 그 폭도 굉장히 넓은 편이다. 돈을 아끼고 싶으면 카드보다 현금을 쓰라고 하지 않던가. 심리적으로 현금은 내 손에서 그대로 사라지니 손실로 인식하지만 카드는 돌려받으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회과학 종류의 서적을 좋아했던 나는 경제와 관련된 서적도 비슷한 결로 부담 없이 읽어나간 듯하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이런 제안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가상으로 이런 질문을 만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50% 확률로 100억 받기 vs 100% 확률로 10억 받기" 선택하는 것이 있지 않는가. 내가 경제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배운 것은 '기댓값'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전자의 기댓값은 50억이고 후자는 10억이니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뻔히 보이는 마케팅이지만 20,000원에 판매하는 것과 19,900원은 심리적으로 다르다. 단 100원 차이지만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판매자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숫자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대게 처음 과금을 한 사람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높은 확률로 다음 과금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즉 한번 시도를 한다면 거부감이 줄어들게 되고 그다음 시도는 점차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첫 결제 할인 이벤트를 하거나 어떤 상품을 구입하면 다음 상품이 해금되는 상품을 만들어 놓는다. 구독제 프로그램에서 첫 3개월 할인 또는 무료를 내세우며 유도하는 것은 모두 경제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정교하게 깔아 둔 장치들이다. 책에서 설명한 이론들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는지 생각해 보고 비교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영어단어 공부하듯이
다른 것과 달리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독서노트의 지분을 굉장히 많이 차지하였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는 것처럼 경제를 읽기 위해서는 경제 용어를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단어와 용어들이 나와서 다소 혼동될지 모르지만 (정말 가끔가다 같은 용어를 다르게 설명하거나 잘못된 설명을 하는 책이 있었다) 대부분 다른 책이라고 해서 용어의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한번 개념을 잡고 이해를 한다면 나중에는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여기서 다만 단어를 지엽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전체 문장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된다. 영어공부할 때도 단어를 무작정 암기하는 것보다. 문장을 통째로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최근 발표된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보다 상회함에 따라 정부는 금리정책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흔히 사용하는 것은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단순하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통화량을 줄이면 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두는 상품에 투자하기보다 은행이 돈을 넣는 것이 위험도 없고 확실한 이득이니 시중에 돌고 있는 통화량이 줄어들게 된다.
국가적인 입장에서 경기가 과열되고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할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선택하기 쉽겠지만 반대로 경기가 그렇게 좋지도 않은데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면 굉장히 골치 아플 것이다. 이렇듯 경기가 안 좋음과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을 스테그플레이션이라고 하며 과거에는 대표적으로 오일쇼크이며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가 관세를 발표하는 외부 요인으로 공급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경제를 처음 읽어 나갈 때 각 용어와 단어 의미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뉴스나 책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 전체를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개념을 확장시키며 이해하면 좋다. 인플레이션에서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시중 통화량을 M2라고 표현하는데 그렇다면 M1도 있는지 각 M1, M2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구마 줄기 캐듯이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경제 관련해서는 통달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당장 전공자도 아닌데 꼼꼼하게 배워두면 도움이 돼봤자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경제는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쓰이는 분야이다. 양적완화, 재정수지, 경상수지, 기축통화 같은 많은 수많은 용어들은 경제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거기에 투자를 위한 회사 재무회계 표를 읽는 방법을 읽으며 회계상 눈속임에 대해(분식회계할 때 "분"이 화장 그러니까 분칠 한다 즉 이쁘게 꾸민다는 의미다) 주의할 점을 꼼꼼하게 독서노트에 적어가면 읽었다. 이후에 경영학을 전공하고 재무회계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친누나에게 내가 공부한 것을 이야기하니 나보고 어지간한 경영학도보다 낫다고 한 적이 있었다. 한번 읽더라도 대충보지 않고 이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가자는 생각으로 읽으면 나중에 분명 도움 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투자는 직접 해볼 것
아니면 꼼꼼한 독서와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일단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명 "선투자, 후공부"법이다. 나는 이미 군대 가기 전에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기에 경제, 주식 관련된 뉴스를 몸으로 느끼고 있어서 나름? 학습하고 이해하는 게 빨랐다. 미국의 연준의장이 말한마디 할 때마다 전 세계 주가가 출렁이며 CPI가 뭐길래 다들 호들갑을 떠는지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에 대해서 찾아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투자하는 해외 기업의 회계리포트를 찾고 영어로 된 팟캐스트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공부가 된다고 하였다. 내가 투자한 회사가 증자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는데 왜 투자자들은 난리가 나는지, 악재가 겹겹이 쌓여 구조조정을 발표하는데 오히려 주가는 왜 오르는지 직접 겪어보는 것보다 빠른 것이 있을까
독서를 주제로 시작한 글이지만 경제는 책에서만 배울 이유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한 단편적인 글이나 유튜브 쇼츠 영상이나 인스타 릴스 숏폼 형태로도 많은 정보가 쏟아지니 그때그때 궁금할 때마다 찾아봐도 좋다. 아니면 적은 돈이라도 어플을 통해서 간편하게 펀드나 채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궁금한 게 있으면 본인이 이해할 때까지 끈질기게 상담사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원래 그분들 직업이니 미안해할 것도 없다. 경제가 쉽게 말해서 돈일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 삶에 영향을 안 끼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경제공부는 공들여서 해야 하지 않을까. 죽기 전까지 쓰이는 것이 돈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돈을 잘 쓰는 방법은 순수하게 우리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