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하나의 상품이다.
보통 여러분들이 경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거나 경제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언제인가. 아마 내 생각에는 학업을 알바와 병행하면서 돈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거나 졸업하고 취업을 하여 사회초년생이 될 때쯤 그러니까 매달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꾸준하게 들어오게 되면 "경제공부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거 같다. 갓 사회초년생이라고 생각되는 나에게는 아직은 먼 이야기 같지만 부지런하게 청약,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소모임 어플을 살펴보면 경제스터디나 재테크모임이 활발하다.
나는 그런 지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사뭇 달랐던 거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읽었던 책이 마이크로트렌드나 괴짜경제학이었고 (어머니는 내가 허구한 날 나이에 맞지 않아 보이는 책만 붙잡고 있었던 게 못마땅했는지 고전을 읽어라고 잔소리를 했다) 이후 나의 진로를 선택할 때는 경제 관련된 일이나 금융공학을 다루는 직업을 꽤나 고민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 영향 때문인지 경제지를 꾸준하게 챙겨보기도 하고 가끔 시간이 나면 사이드프로젝트로 트레이딩봇이나 AI를 사용하여 투자하는 것을 틈틈이 만들어보기도 한다.
나는 돈이 궁금했다.
그래서 왜 경제를 읽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솔직한 답을 하자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아니라 돈을 알고 싶었고 돈을 알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 중산층 이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기만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 가구소득으로 따져보았을 때) 그래서인가 어렸을 때부터 돈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결핍하면 갈망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생각하면 그 몇 푼 아끼자고 쪼잔하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미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돈과 경제에 관심이 있었던 덕분인지 군입대 전에는 주식을 200만 원 치 사본적도 있었고 (병장 때 어느 날 뉴스를 보니 그 주식회사 사장이 구속되더라) 대학생 때는 도서관에 비치된 경제기사를 거의 매일 챙겨보고 요즘 핫한 경제와 관련된 책은 모조리 읽어 보았다. 공대를 다니며 몇 개 없는 A+중 하나는 "경제성공학"이었다. 지금도 내 또래보다는 경제개념과 돈 관리 등에 대해서 해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돈도 하나의 상품이다.
그렇게 돈에 대한 호기심으로 알게 된 것은 돈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현금 그러니까 원화가 기본값이고 익숙하니 원화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내가 느낀 것은 딱히 현금을 제일 위 또는 중심에 놓고 시작해야 할 이유는 없다. 현금은 어떤 다른 것과 교환하기에 제일 유용하고 편리한 상품으로 보자는 것이다. 현금을 들고 있는 것보다 금을 들고 있는 게 좋을 거 같으면 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교환하는 대상은 채권이거나 주식, 달러가 될 수도 어쩌면 가상화폐가 될 수도 있다. 그중 한국에서 제일 인기가 있는 것은 부동산 아파트다. 어쩌면 아직 실제로 아직 오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보다 정확히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교환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서울과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에 있는 아파트와 상가는 빠른 속도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집중 인구소멸, 미분양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을 들고 있어도 가치를 유지하거나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이렇게 가치교환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경제를 보자 이렇게 되니 나의 경제활동과 소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보았을 때 돈이 모이고 큰돈을 버는 곳은 보통 그런 가치를 교환해 주는 지점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경제를 알게 되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었다.
대학생 때 머지포인트라는 상품이 인기를 끌 때도 딱 한번 써본 다음 주변사람들에게는 머지포인트를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권하고 다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상품권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은 분명 존재한다. 상품권을 사용자는 구매하는 즉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래에 사용한다. 이 기간에 대해서 돈의 가치가 변하는 것을 할인률이라고 표현을 한다. 즉 상품권을 발행하는 회사는 사용자에게 돈을 받고 그 금액에 대해서 부채를 지는 것이지만 이를 미래에 갚게 된다면 그 시간 동안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기업에게 할인(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또는 굉장히 낮은 비율이지만 상품권을 구매하였으나 사용하지 않아 소멸되는 것은 모두 기업의 이익이 된다. 하지만 상품권 1만 원을 현금 1만 원에 판다면 소비자들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현금을 쓰거나 주고 말지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으로 남게 되는 부분을 구매자에게 돌려줌으로 할인을 할 수 있게 된다. 1만 원짜리 상품권을 9,500원에 파는 식으로 말이다. 통상적으로 인터넷에 상시판매되는 상품권은 대략 3~5% 정도로 할인을 해서 판다. 정말 가끔가다가 7%~8% 이상의 할인이 나온다면 대박딜이라고 수십만 원 치 사놓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머지포인트로 돌아가보자. 머지포인트도 비슷한 비즈니스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포인트를 판매하고 사용자는 포인트를 가지고 편의점, 마트, 음식점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소비된 포인트에 대해서 자신들이 사용처에 지급보증을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포인트의 통상할인률이 10% 였으며(일반적인 상품권보다 사용주기가 짧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도 말도 안되는 수치다) 나중에 가서는 수십만 원 치 포인트를 30% 할인해서 판매를 하고 다녔다. "마지막 할인"이라는 말과 구매 제한 없이 말이다. 이를 두고 쿠팡처럼 의도된 적자를 일으키며 공격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라고 하였지만 당연히 머지포인트는 쿠팡의 여러 투자자와 소프트뱅크처럼 강력한 쩐주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단기간에 현금을 난사해도 바닥나지 않을만큼의 넉넉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대게 할인폭이 큰폭으로 유지되지않는다면 언제든지 떠나버리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아니다. 이런듯 누군가가 어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비즈니스모델을 내세우고 있다면 사기다. 대게 사기꾼들에게 이를 지적하면 네가 공부가 덜되어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미 깔아 둔 바람잡이와 함께 가스라이팅을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한탕 치기 위해서 그럴듯하게 깔아 둔 껍데기일 뿐 결국 결말은 똑같다.
한 가지 사례를 더 이야기해 보자 전세렌터카라며 새로운 차량렌트 금융모델을 만들었다며 홍보를 하는 곳이 있었다. 전세렌터카는 집에 대한 전세처럼 차량 가격의 10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고 일정의 수수료를 내면 4년간 차량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하고 차량을 반납하면 보증금 100%를 돌려준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면 안 된다. 주택 전세개념에서 가져온 것이니 주택으로 예를 들어보자 전세도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매매가가 기존에 계약한 전세보다 떨어지게 되면 우리는 이를 깡통전세, 역전세라고도 한다. 전세로 사는 사람이 나가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전세를 놓을 수 있어야 유지가 된다. 즉 전세가 유지되는 것은 주택 가격이 상승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자동차는 구매하는 즉시 중고차가 되어 감가상각이 발생하며 정말 간혹 신차 출고기간이 연단위로 길어지거나 차량용 반도체처럼 부품 수급난 같은 공급이슈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중고차 가격은 절대로 오르지 않는다. 즉 가치가 지속해서 떨어지는 차량을 전세처럼 사용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이를 실제로 이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은 어떤 이익을 벌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딱 한 가지 경우의 수는 받은 돈을 가지고 투자를 잘해서 감가상각된 차량금액보다 더 높은 수익을 매번, 항상, 절대적으로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는 불가능하다. 그저 사람을 많이 모으고 차량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에 도망가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실제로 도망갔다. 도망가기 전에는 불확실한 수익모델에 대해서 이렇게 답을 하였다.
“보증금으로 받은 차값의 25%를 캐피털 업체에 맡기고 할부로 차를 4대 구입한다. 1대는 계약자에게 주고 나머지 3대는 장기렌터카로 운영해 여기서 나오는 렌트비로 4대의 할부금을 갚아나간다. 4년 후 4대를 모두 매각해 계약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남은 돈이 수익이 된다. 일반적으로 4년이 지난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40% 정도임을 고려하면 보증금을 주더라도 오히려 돈이 남는 셈이다.”
여러분은 이 말이 한 번에 이해가 되는가? 아니라면 그게 정상이지만 한 가지만 살펴보자 계산기를 두드릴 것도 없다. "장기렌터카로 운영해 여기서 나오는 렌트비로 4대의 할부금을 갚아나간다." 그렇다면 전세렌트가 고객이 한 명 발생할 때마다 절대적으로 3명의 장기렌터카 고객을 확보해야 하며 그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책정되는 렌트비는 못해도 (차량 할부금 + 차량감가상각비 + 이익 + a) 모두를 포함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이라면 이런 정신 나간 비용을 청구하는 렌트를 이용하겠는가 그냥 내가 차 할부로 사서 끌고 다니다가 팔거나 다른 렌터카 업체를 알아볼 것이다.
이는 상식적인 제도권안에 있는 금융과 경제에만 해당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어떤 은행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은행은 조금 이상한데 예금이자는 5%인데 대출이자가 3%이다. 은행은 과연 지속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2%의 갭을 매우기 위해서 다른 사업을 무리하게 벌일 것이고 과연 그 사업은 문제없이 잘 지속 될 수 있을까? 이는 가상화폐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코인을 스테이킹(예치)하면 20%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하였으나 정작 코인을 대출할때 요구되는 이자는 18% 정도였다. 이런 적자를 매우기 위해서 여러가지 복잡한 장치를 달아두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20%의 수익을보고 달려들었지 대출이자로 얻는 수익은 턱없이 부족하였으며 결국 스테이킹 이자를 지급하는데 모든 돈을 소진하였다. 이게 테라-루나 대폭락의 시작이다. 껍데기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면 이는 지속될 수 없었다. 단순하게 돈과 경제를 안다고 그 즉시 큰돈을 벌게 되고 투자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말이 안 되는 금융상품과 사기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돈과 행동양식
앞에서 경제를 알게 되니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짠돌이로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억제하고 한번 더 고민하게 된다. 나는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아 차량을 한참 알아보기도 하였다. 오랜 고민 끝에 아직은 가치를 유지하거나 오를 것 같은 것에 최대한 나의 자산을 두고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최대한 나중에 소유하자는 결론을 내었다. 차를 구매하는 것을 최대한 미루고 친누나의 오래된 소형차를 가져왔다. 내가 보험을 드는 기준은 간단하다. 가입자가 많고 경쟁업체에 비해서 돈을 못 버는 보험사를 선택하였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권유하는 추천 상품보다도 내가 한번 더 보고 고민하여 선택한다. 얼마 전 회사에서 단체로 들게 된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추천 상품이 아닌 내가 직접 상품을 골라 담았다. 나에게 돈이 얼마만큼 있다면 어디에 투자를 하고 어떻게 분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종종 하고는 한다. 이런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는 것이 지금 당장은 세계경제나 이슈에 따라서 출렁일지 몰라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어떻게 달라질지는 자명하다고 본다. 경제를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