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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심리학을 읽었는가

by Daniel J

나에게 심리학을 물어본다면 아주 오래전 읽었던 책 <애도받지 못한 자들> 이 떠오른다. 자살에 대해 여러 가지 유형별로 탐구를 하는 책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청소년기에 자살을 한 사람들을 두고 "나도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를 때 자살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을 죽인 타살이 아닌가" 질문을 던지는 대목이 나왔다. 나는 누구고 어떤 사람인가. 다소 철학적인 질문으로 연결되지만 심리학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 인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인 비만을 해결해 줄 다이어트 보조제로 위고비가 각광받고 있다. 위고비를 복용한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평상시에도 밥을 이미 충분하게 먹은 것처럼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음식을 덜 먹게 되고 이는 체중감량으로 이어진다. 모유튜버의 후기를 보니 위고비를 맞게 된 뒤로는 음식을 보고 행복하지 않았는데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의 버그를 잡기 위해서 소스코드를 수정하는 것처럼 사람의 호르몬이나 신경을 통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게 소름 돋는다는 거 같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은 분명 기계와는 다르지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기계처럼 여겨졌다.


다시 심리학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본인이 생각했을 때 나는 나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할 수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서 항상 망설임 없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가. 왜 때로는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가끔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후회하는 일을 빈번하게 경험하고는 한다. 위고비나 호르몬치료등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것처럼 심리학은 어떤 사용매뉴얼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이렇게 보면 심리학과 철학은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다. 철학자 칸트의 대표작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통해서 많은 질문과 정의를 오가며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이다. 다만 철학은 다소 거창한 의미의 본질을 탐구한다면 심리학은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살펴보자는 의미로 보였다.


내가 나를 탐구하는 시간


심리학에서 위로를 받았던 두 책이 있었는데 당시 베스터셀러였으며 한국에서 생소한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 그리고 '나는 왜 내편이 아닌가'이다. 위 책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기를 사람들은 각자 100점짜리의 존재하지도 않는 굉장히 이상적인 나를 만들어 놓은 다음 현실의 나와 비교하면서 자책하고 괴로워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의 나와 이상적인 나는 다른 존재다. 현실의 나는 50점, 30점일 수 있으며 설령 10점이라 할지라도 "그것도 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할 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 나의 상황이 딱 그랬기 때문이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나는 목표하던 대학교를 가지 못하였지만 여기서라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다급했던 거 같았다. 애초에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워놓고 왜 이루지 못했는가 하며 스스로 자책하는 날의 연속이었고 그러는 동안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은 결국 엉망인 결과로 돌아왔고 이는 나 자신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나만이 가진 아주 특별한 케이스도 아니었으며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여러분도 다를 것은 없지 않을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사람은 관성적으로 익숙한 일을 하고 그 상태에 머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무모하고 큰 목표를 세울수록 무너지기 쉽다고 한다. 작은 목표부터 조금씩 수행해서 뇌를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시작하는 것을 심리학과 뇌과학으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내가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 차분하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심리학이었다. 나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보면 1분도 되지 않아서 냉철하게 화가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 과학적으로 뇌파 검사와 fMRI 연구에서 나 자신을 3인칭화 했을 때 부정적 감정 반응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 관찰된다. 심리학으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나에 대한 사용방법을 익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타인을 위한 이해 나를 위한 진단


나는 MBTI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 혈액형별 성격론처럼 스몰토킹용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데 그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오히려 유치하다고 여겼으며 내가 어떤 성격유형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나를 그 안에 가두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모임을 하면서 모임장이 다른 사람에게 MBTI의 주기능-부기능-열등기능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게 어떤 것인지 호기심에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당시 4학년 졸업과제를 끝난 겨울방학 끝무렵이었는데 당시 졸업과제를 하면서 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A+를 받았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성적이 나오고도 몇 달이 지나서 카톡을 받게 되었는데 내용은 자기가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구구절절 적어놓고 차단할 거니 답하지 말라는 말로 끝이 나있었다. 갑작스럽게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싶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마침 MBTI를 해설하는 책에서 내가 해당하는 성격유형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는데 나의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1. 조직을 구성하고 성과를 내는 것에 있어 다른 유형보다 탁월함을 보여줍니다.

2. 다만 조직을 통제된 환경으로 몰거나 구성원들에게 강압적일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MBTI를 얼핏 들었던 거 같아 찾아보니 그냥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 글로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인프... 그거 맞다) 그렇게 되었을 때 어떤 황당함과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우리는 참 안 맞는 유형임에도 졸업과제를 해냈으며 그리고 어찌 되었건 나도 너 때문에 짜증 나는 일이 있었지만 동시에 나 때문에 네가 힘들었겠다는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저 MBTI는 이럴 것이니 넘기고 무시하였다면 얻지 못할 결론이었다. 당시 MBTI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던 독서모임장의 말이 인상 깊었다. MBTI의 유형이 16개라고 무시하는데 물론 사람의 성격유형을 칼 자르듯이 16개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적어도 16개의 유형보다 더 높은 해상도로 찾아는 보았는가? 더 단순하고 편협하게 판단했으면 했지. 그런 점에 있어서 이런 기준을 가지고 성격유형을 탐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 것을 공감하였다.


MBTI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자면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무료 MBTI검사는 형식만 따온 Big-five 성격유형검사이다. 실제 MBTI검사는 전문가의 상담까지 연결되는 유료과정인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대략 검사와 상담을 포함해서 5만 원 내외로 받을 수 있는 거 같다. 한 번쯤 이런 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에 권하며 나는 때마침 대학교의 심리상담소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해 주어 받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MBTI 외에 다른 성격검사인 TCI기질 검사를 받았는데 여기서 나의 기질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인내력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해당 내용을 잘 써먹었다.


이렇게 성격검사를 받게 된 뒤에 마치 의료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질병과 개선해야 할 식습관을 찾는 것처럼 객관적인 심리검사를 통해서 나를 잘 살펴보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에 성격대로 밀어붙이기보다 한걸음 뒤에서 고민해 보는 능력도 얻게 됐다.


외부로의 확장


심리학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며 사람의 행동 범위는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소설을 틈틈이 쓰고 있는데 캐릭터를 만들고 설정을 부여하고, 이야기의 사건 전개를 고민할 때 심리학은 보다 유용하게 쓰일 수가 있었다. 인물이 행동할 때에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무리하게 사용하면 뜬금없이, 개연성 없게 진행될 수가 있는데,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물의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한다면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였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흔히들 점성술처럼 신비한 영역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스갯소리로 심리학과를 가면 심리테스트처럼 재미있는 것을 할 줄 알았는데 뇌과학을 배운다는 말처럼 과학적이고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통계적으로 계산하는 학문이다. 문과적인 이미지지만 사실 이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 어찌 보면 가장 적합하고 실용적인 심리학을 다른 것을 관찰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재미있는 것은 심리학은 경제와도 깊숙하게 관련이 되어있다. 아마 경제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의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사람이 이성적인 의사결정주체로 보았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싸다고, 할인한다고 구매하였지만 어디 처박아두고 쓰지도 않는 것들이 더러 있다. 마지막기회라거나 특가라거나 있지 않던가 그럴 때 심리학에서 배운 교훈은 그런 상황을 마주 하였을 때 기계적으로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




이번 편은 뭔가 마무리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지금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데... 하면서 질질 끌다가 이대로면 끝내지 못할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마무리하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집 근처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날이 날인만큼 더워서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독서모임도 생각했던 것보다 진행이 없고... 다시금 중심을 잡고 글을 써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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