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X 세대 - 믿었다. 내 의지대로 살았다고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잘 안되면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알겠다. 크게 보면 난 제한된 능력을 부여받았고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는 걸. 그동안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삶의 기준들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아기 때의 세상은 부모다. 조금 자라서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학교 밖에선 미디어가 알려주는 세상을 살아간다. 이렇게 20대가 돼서 바라보는 세상은 '왜곡된 세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선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번듯한 직장', '높은 연봉', '고급차', '큰 평수의 집'같은 것들이 모두의 지상과제가 된다. 트랙에서 벗어나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난 듯 나라 잃은 표정이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이나 글쓰기 따위에 관심을 가지면 친척, 친구 할 것 없이 '문제 있는 사람'취급이다. 말하지 않는 게 낫다.
'자아실현'이라는 말 들은 적이 있지만, 자아는 무엇인지 또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4지선다형으로 보기가 주어지지 않는 한 답을 찾을 수 없다. 학창 시절 입시를 위해 미술시간에도 음악시간에도 모두 국영수 과목을 공부했고, 결국 '사회적 지위' '권력' '돈'을 위한 삶이 진정한 삶이고 그것들을 손에 넣어야만 '자아실현'이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극 소수의 사람만이 '자아실현'을 한다.
나는 1970년대에 태어난 X세대다. 나는 이른바 '주입식'교육을 받고 자랐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마구 마구 주입해 주면, 그저 암기해서 받아들이는 거다. '좋은 것', '나쁜 것',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이 그렇게 잡혔다. 졸업 후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사는데 관성이 생기고, 거기에 가속이 붙어서 하던 대로만 살게 된다. 이젠 안 그래도 되는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꾸 줄을 선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조급하게 앞사람의 뒤통수를 따라간다. 정말 무기력하고 또..
정말 ,, 한심하지만, 이건 내 탓이 아니다. 과거 7-80년대의 프로파간다는 오늘날 북한의 그것과 견줄만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내 머릿속에선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서 뒤집힌 세상을 가보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를 위로하고 싶다.
그동안 칭찬받지 못한 건.. 내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