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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영 Nov 07. 2022

다정함을 무기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기

(스포주의)

어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여운이 남아 이동진 평론가님 영상을 보던 중 발견한 댓글.
따뜻한 댓글과 후기를 읽으니 영화가 주는 감동이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베이글과 인형 눈알의 대비되는 상징성, 유난히 돋보이는 스테파니 수의 연기력, 다정함을 무기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고 있던 웨이먼드라는 캐릭터, 영화 덕후인 감독이 숨겨둔 수많은 영화 패러디, 틈틈이 삽입된 드뷔시의 달빛,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그들을 구원하는 클라이맥스 장면까지.

평론가님 영상을 보고 다시 감탄하게 된 부분은 오프닝 시퀀스다. 첫 장면에서 양자경이 가족들과 노래를 들으며 춤추는 모습이 동그란 거울에 비쳐 보인다. 이 장면은 국세청 감사가 영화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오프닝 시퀀스로서 의미를 갖는다. 국세청 직원은 노래방 기계가 빨래방 사업과 무슨 관련이 있냐며 노래방 기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듯이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현재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양자경에게 노래방 기계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매개체였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코미디적 요소에 저항없이 웃다가도
세대 간 이어져온 가족 서사와 모녀 관계를 보여줄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사실 양자경이 스테파니를 위해 몸을 던질 땐 질질 짰다..)

난 조이와 달리 엄마가 알지 못하는 내 본모습을 엄마한테 보여줄 자신이 없어서 앞에서 연기할 때가 많았다. 영화에서 에블린 돌멩이가 조이 돌멩이를 따라 추락할 때, 지친 채로 검은 베이글에 빨려들어가는 조이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지는 걸 보고 잠시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극장에서 같이 본 친구를 붙잡으며 웃고, 주변 사람들의 훌쩍이는 소리에 맞춰 울면서 OTT가 줄 수 없는 극장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 속도감 있는 편집과 화려한 미장센이 주는 몰입감 역시 극장용 화면 덕에 배가 되었다.

아직 2022년이 끝나진 않았지만 올해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였다고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안 보신 분들 꼭 봤으면..ㅎㅅㅎ

(p.s. 모두가 돌멩이씬을 극찬할 때 소신발언하자면, 대사가 없었어도 대자연 앞에 묵묵히 있는 돌멩이들만으로도 영화의 메시지나 여운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눈알 붙은 돌멩이는 커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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