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 Jan 12. 2019

한 달 살기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베트남 한 달 살기 Day 16

어제보다 컨디션이 더 좋지 않다. 몸이 으슬으슬하다.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콧물까지 나온다. 감기인 것 같기도 하고 비염인 것 같기도 하다. 

발등과 발목은 뭐에 물렸는지 간지러워 죽겠다.

뭘 잘못 먹었는지 속도 더부룩하다. 

각각의 증상이 심각한 건 아닌데 각 증상이 합쳐져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겪고 있는 컨디션 난조는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내 몸을 너무 과신했다. 몸이 주는 신호에 귀를 기울일 것을......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변하는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컨디션 관리를 했으면 좋을지 생각해본다. 한 달 살기는 장기전이니까. 


1. 쌀쌀한 날에는 히터 꼭 켜고 자기. (따뜻하게 자기)


하노이를 포함한 베트남 북부 지방은 호찌민 시티와 같은 남부 지방과 달리 겨울이 있다. 겨울이라고 해서 한국에서처럼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는 건 아니다. 하노이 날씨는 12월, 1월 평균 기온이 14도에서 22도 정도이니,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하지만 어느 날은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더울 때도 있고 코트를 입어도 추울 때가 있을 정도로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다. 지금까지 생활하며 느낀 건, 주택들이 난방 시설이 없고, 단열이 되지 않아 찬 바람이 창문 사이로 바람이 송송 들어온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치면 가을 날씨라고 해도, 히터를 켜고 자지 않으면 새벽 사이에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2. 쌀쌀한 날에는 야외에 너무 오래 있지 않기. 


베트남은 어딜 가나 야외 좌석이 잘 되어있다. 노천카페가 즐비하고, 음식점과 바도 야외석이 구비되어 곳이 많다. 주변 경관을 즐기려고, 기분을 더 내보려고 어딜 가나 가능한 한 야외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작업을 하였다. 심한 미세 먼지 때문에 이번 가을을 충분히 야외에서 보내지 못한 것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야외 자리가 시원하고 좋지만 계속 찬바람을 쐬게 되면 몸의 기초 체온을 낮춰 면역력이 떨어진다. 


3. 벌레 3종 세트 꼭 챙기고 사용하기. (진드기 퇴치제 챙기기, 모기 퇴치제, 버물리)


이번 여행의 방해물을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났다. 가려움이다. 뭔지 모를 벌레에게 물리기도 하고, 모기에 물리기도 하고, 더러운 슬리퍼를 맨발로 신은 후 미친 듯이 가려움을 유발하는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에어비앤비나 홈스테이, 호스텔 도미토리를 이용한다면 진드기 퇴치제는 필수이다. 진드기 퇴치제를 계속 사용해왔지만, 하노이에 다시 돌아와서 잡은 집이 너무 예쁘고 좋아 보여서 그냥 있는 대로 슬리퍼를 신고, 침구를 사용하였다. 그 결과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벌레에 가장 많이 물렸다. 쓰고 있는 지금도 발등, 발목, 종아리가 너무 간지럽다. 


4. 숙소에서 제공하는 슬리퍼는 신지 않기. 


이건 한번 더 강조가 필요하다. 아예 일회용 슬리퍼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숙소에서는 슬리퍼를 세탁하지 않는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벌레나 세균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최악은 면이나 털로 된 슬리퍼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깨끗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숙소에 있는 슬리퍼를 맨발로 신고 다녔다. 방심한 결과 내 발은 벌레 물린 자국으로 가득하다. 


5. 잠옷은 반바지보다 긴바지 입기.


여기 하노이 새벽이 꽤 쌀쌀하다는 점, 정체모를 벌레나 모기가 곳곳에 많다는 점은 긴바지의 유용성을 증명해준다. 나는 베트남의 겨울을 과소평가하고 짐을 줄이려고 잠옷, 운동복으로 반바지만 챙겨 왔다. 벌레에 물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긴바지를 입고 자야 했었다. 긴바지를 입고 잔 H와 달리, 반바지가 가려주지 못한 내 발목과 허벅지는 벌레 물린 자국이 가득하다...


6. 기본 상비약 외에 알레르기 약 꼭 챙기기.


상비약은 필수이다. 나도 기본 상비약은 챙겨 왔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을 챙겨 오지 않았다. 알레르기 비염을 완화하는 비강 스프레이와 항히스타민제이다. 여름에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비염을 내내 달고 다니던 내가 지난 2년 동안 감기 한번, 비염 한번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비염약은 필요 없겠지, 하며 마지막에 그냥 집에 두고 왔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환경은 한국에서 익숙한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언제라도 증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지금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스프레이 한 번만 뿌려도 현재의 증상이 훨씬 좋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7. 맥주와 칵테일도 술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여행할 때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시원한 맥 주 한잔이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거나 멍 때리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를 참 좋아한다. 여기에 와서 맥주를 커피 마시듯이 마셨다. 칵테일을 마실 때는 맛을 음미하다가 취기가 올라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 마셨다. 그러나 맥주도, 칵테일도 엄연한 술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이 축적되면서 몸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8. 종합비타민 섭취하기.


베트남에 오기 전 짐을 챙기면서 종합비타민을 챙겼다가 다시 꺼냈다. 베트남에서는 과일도 싸서 자연 비타민을 흡수할 텐데, 라며... 그런데 막상 이곳에 오니 다른 음식을 먹고 배불러서, 챙겨 먹기가 귀찮아서 과일을 잘 챙겨 먹지 못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종합비타민 하나 정도는 섭취할걸, 이라는 후회가 든다.


9. 규칙적인 생활 하기.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몸살이나 질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정해진 루틴을 따르는 것이 컨디션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몸이 조금 무겁다고 잠만 잤더라면, 생체 리듬이 깨졌을 것이다. 여기 와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아프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검증된 건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고갈된 에너지를 새로운 에너지로 채우는 일은 한 달 살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전에는 보지 못한 나 자신의 안과 밖의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정신과 육체는 하나를 이루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몸 관리도 한 달 살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육체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나를 채워주기 위해 온 여행이 자칫하면 나를 소모하는 여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그리고 다음 한 달 살기를 하게 된다면 정신을 지탱하는 몸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비를 하고 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 살기, 그리고 일상의 리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