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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an 11. 2019

한 달 살기, 그리고 일상의 리듬

베트남 한 달 살기 Day 15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알람 소리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온몸이 무겁다.

간밤에 마신 술 때문인가 보다.

해외에서 연말을 보낸다는 사실에 들떠 어제는 술도 많이 마시고 늦게 잤다. 맥주에, 칵테일에, 베트남 보드카에, 다시 맥주에... 참 많이도 마셨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저녁 일기를 쓰지 않았다. 새해인 오늘, 아침 일기도 쓰지 않았다.

몸이 찌뿌둥하고 으슬으슬한 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전혀 새해답지 않다...


하루 종일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마 어제 과음을 하고 늦게 자서 그런가 보다.

베트남에 와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과를 지켰다. 아니, 저절로 몸에 배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근심 없이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나게 되고, 그러니 매일매일 컨디션도 한국에서보다 더 좋았다  

그런데, 단 하루의 일탈로 일상의 리듬이 깨져버린 것이다.


한 달 살기. '루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지금까지 베트남에 와서 느낀 것은 루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타이트하게 해야 할 일을 정하면 현지의 삶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베트남에 오기 전 여행의 목표와 집중할 개인 프로젝트를 나 나름대로 정하고 왔다. 그런데 이것들이 나의 생산성을 높여주기는 커녕, 괜한 압박만 주어 지금, 여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새로운 장소에서의 감흥이 없어지고 오히려 나태해지게 된다. 원 없이 늦잠을 자고 매일매일 주말 같이 보내야지, 라는 생각은 단기 여행이라면 몰라도 한 달 살기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하루 종일 빈둥거리는 게 한 달 살기의 목적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해외에서 루틴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내가 느낀 최적의 균형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에 맞춰 하루를 몇 개의 큰 시간대로 나누는 것이다.

가령, 오전 7시부터 10시는 온전히 나의 내면을 위해 보내는 시간으로,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는 여행 기록 쓰는 시간, 그리고 2시까지는 점심 먹고 동네 카페에서 앉아서 책 읽는 시간, 2시부터 6시까지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한국에서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하는 시간 등 큰 단위로 시간대를 정했다  그리고 각 시간대의 목적에 맞춰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이렇게 하니 뭔가를 해야 한다는, 먹어야 한다는, 또는 가봐야 한다는 강박감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서 한국에서 제대로 시간을 내어 하지 못하는 일을 자동적으로 하게 되었다. 상태가 메롱인 오늘도 나도 모르게 숙소에서 나올 정도이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엄청 뿌듯하고, 이틀을 보내면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는다.


한 달 살기에 있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정해놓는 것보다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리듬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더욱 충만한 삶을 사려면 한국에서도 나만의 루틴을 정하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너무 바쁘면 주말에라도 이곳에서 하고 있는 루틴을 이어가야겠다. 여행, 나와 새롭게 마주하는 ‘살기’는 한국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새해의 목표는 '나만의 건강한 루틴 실천하기'로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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