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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ul 09. 2020

올레길 6코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쇠소깍다리-소라의성-제주올레여행자센터

6코스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절경을 이루는 쇠소깍에서 시작한다. 유명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들로 활기차다. 바로 길을 나서지 않고 난간에 기대어 물 위에서 테우에 타고 있는 가족과 연인들을 지켜본다. 보고만 있어도 나도 즐거워진다. 그러고 나서 진한 에메랄드색을 한 쇠소깍을 한참을 바라보다 길을 나선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여러 카페를 지나니,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언덕 위 길로 이어진다.



오늘은 가능한 한 여유 있게 걸어보자고 다짐한다. 여행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과는 다르게 습관적으로 빨리 걷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꼬닥꼬닥' 걸어야겠다.

주변을 좀 더 세세히 관찰하면서, 쉬고 싶을 때는 마음껏 쉬면서. 



여행에서 여유를 가지면 더 빨리, 더 멀리 가지 못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때가 있다.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작은 책장이 그렇다.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장을 하나하나씩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만나는 대부분 책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만나보지 못했을 책들일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서점에서, 온라인에서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이 책도 꺼내보고 저 책도 꺼내보며 머리말과 목차를 살펴보다가 한 권을 집는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그 책을 읽어나간다. 우연히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두세 시간이 지났을까. 읽던 책을 책장에 다시 넣어놓고 메마른 커피잔을 반납하고 길을 나선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내가 왔던 길이 보인다. 그 길을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만큼이나 왔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더 난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내가 걸어온 길을 이따금씩 돌아보아야 더 잘 나아갈 수 있다. 이만큼 왔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음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걸어온 길을 보면 이 길을 정말 내가 걸어왔나, 라는 놀라움, 대견함도 생긴다. 



저 멀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닷소리와 중첩되는 그 소리에는 어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올레 6코스 Tip: 

- 여름에 6코스를 걷는다면 소정방폭포에서 물도 맞아가며 쉬어가면 좋아요. 

- 쉼 없이 매일 올레길을 걸어왔다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과 여러 식당, 카페가 있는 6코스 마지막 지점에서 하루 더 쉬어가는 것도 좋아요.

- 종점에 위치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식사, 숙박 등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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