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6코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쇠소깍다리-소라의성-제주올레여행자센터

by 다니엘

6코스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절경을 이루는 쇠소깍에서 시작한다. 유명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들로 활기차다. 바로 길을 나서지 않고 난간에 기대어 물 위에서 테우에 타고 있는 가족과 연인들을 지켜본다. 보고만 있어도 나도 즐거워진다. 그러고 나서 진한 에메랄드색을 한 쇠소깍을 한참을 바라보다 길을 나선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여러 카페를 지나니,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언덕 위 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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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능한 한 여유 있게 걸어보자고 다짐한다. 여행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과는 다르게 습관적으로 빨리 걷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꼬닥꼬닥' 걸어야겠다.

주변을 좀 더 세세히 관찰하면서, 쉬고 싶을 때는 마음껏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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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여유를 가지면 더 빨리, 더 멀리 가지 못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때가 있다.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작은 책장이 그렇다.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장을 하나하나씩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만나는 대부분 책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만나보지 못했을 책들일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서점에서, 온라인에서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이 책도 꺼내보고 저 책도 꺼내보며 머리말과 목차를 살펴보다가 한 권을 집는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그 책을 읽어나간다. 우연히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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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시간이 지났을까. 읽던 책을 책장에 다시 넣어놓고 메마른 커피잔을 반납하고 길을 나선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내가 왔던 길이 보인다. 그 길을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만큼이나 왔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더 난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내가 걸어온 길을 이따금씩 돌아보아야 더 잘 나아갈 수 있다. 이만큼 왔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음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걸어온 길을 보면 이 길을 정말 내가 걸어왔나, 라는 놀라움, 대견함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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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닷소리와 중첩되는 그 소리에는 어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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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6코스 Tip:

- 여름에 6코스를 걷는다면 소정방폭포에서 물도 맞아가며 쉬어가면 좋아요.

- 쉼 없이 매일 올레길을 걸어왔다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과 여러 식당, 카페가 있는 6코스 마지막 지점에서 하루 더 쉬어가는 것도 좋아요.

- 종점에 위치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식사, 숙박 등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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