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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ohn Apr 28. 2017

독일 '아우스빌둥'을 아세요

한국에도 '독일식 직업교육 아우스빌둥'이 도입되요

히든챔피언 국내에선 강소기업 또 마이스터.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으세요? 마이스터하면 우리나라 고유의 장인제도 등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독일식 장인제도가 마이스터라면 아우스빌둥은 독일식 도제제도가 될 것 같습니다.

최고의 전문가가 제자를 키우는 거죠.


최근에 취업 관련 전문지에서 독일에 취업한 사례가 소개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떠나서 전문 기술력을 갖추고 일하는 환경도 좋아보였습니다.

대기업 위주로 편중된 우리나라의 취업구조는 어쩌면 중소기업이 급여도 적고 일하는 업무 환경, 복지제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을 취재하고 인터뷰 해보면 업무환경과 복지제도가 대기업보다는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못지 않게 좋은 곳도 있었습니다. 또 중소기업은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할 수 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창조적으로 일을 해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곳은 많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일의 아우스빌둥과 마이스터 제도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취업 문제,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할 길을 제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정부 지원도 한국에서처럼 과제를 수행해서 실질적으로 도움 안되게끔 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직접적 고용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해준다고 합니다.


최근에 한독상공회의소가 우리나라 교육부와 국내 진출 독일 기업 BMW코리아와 벤츠코리아와 손잡고 한국에 '아우스빌둥'을 처음 도입하게 됐습니다. 본보기가 돼서 향후 많은 좋은 사례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대기업 못지 않은 중소기업과 취업률 상승, 전문가 양성 등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실까요


[피플&포커스] ‘아우스빌둥’ 韓 도입, 중소기업·실업률 문제 해법 될까

인터뷰|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담당관 ‘수잔네 뵈얼레’

지난 4월 10일 서울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실에서 '아우스빌둥' 담당자인 수잔네 뵈얼레(Susanne Woehrle, 오른쪽)씨와 김영진 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중기 임금, 대기업 60% 수준… OECD 韓 실업률 높아
“아우스빌둥, 중소기업 발전과 실업률 해소에 도움될 것”
기업은 인력·비용 확보… 취업자는 실무 전문가로 양성
 국내 BMW·벤츠 협력… “한국식 아우스빌둥 창조 기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점점 커진다. 취업준비자들은 대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중소기업보다 좋다는 이유로 대기업 취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이는 한국의 높은 실업률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중소기업 임금 총액은 대기업의 77.3% 수준이었으나 점점 낮아져 10년 넘게 6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한국의 실업률은 3.7%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보다 높다. 특히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10.7%로 전년대비 0.2%p 상승했다.

올해 3월 국내 고용현황 통계에서 ‘대학졸업 이상의 실업자수’는 최근 몇 년간을 기준으로 한 해에 2~3만명에 이른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취업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는 없을까. 또 고학력 실업자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는 걸까. 

‘히든챔피언’ 즉 ‘강소기업’으로 유명한 독일. 이러한 독일의 ‘마이스터’ 양성 시스템인 ‘아우스빌둥(Ausbildung, 직업교육)’이 올해 한국에 도입되면서 국내 실업률과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다.

한독상공회의소와 교육부와 대학, BMW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기업 등이 힘을 모았다. 지난 10일 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담당 수잔네 뵈얼레(Susanne Woehrle)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우스빌둥’과 ‘마이스터’ 제도는 무엇인가.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업무·학습 병행 프로그램이며, 기업에서 해당 분야에 인력 수요가 있을 경우에 진행한다. 의대나 법대의 경우, 실제 해당 분야의 인력 수요와 상관없이 자발적인 대학교육을 거친 후 의사나 법조인 등의 인력이 사회에 배출되는 시스템이지만, 아우스빌둥은 기업의 해당분야의 인력 수요가 있어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우스빌둥 제도를 이수한 이후에는 마이스터가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아우스빌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분야의 경력을 쌓게 되면 마이스터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대다수 직업이 마이스터가 돼야 실제로 자기 사업을 운영할 수 있거나 제자(도제)를 양성할 수 있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는 세계적인 기술 명장을 양성하는 제도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되려면 짧게는 6년, 길게는 12년 정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실습 과정인 아우스빌둥을 진행한다. 3~4년간의 아우스빌둥은 ‘학교 수업’과 ‘실무 교육’이 병행된다. 이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전문기능인인 게젤레(Geseller)로 일할 수 있다.

이후 마이스터로 활동하기를 원하면 약 350개 직종 중 해당 분야의 현장에서 최소 3년간 훈련과 수업을 병행한다. 이어 전공실기·전공이론·교육학·경영학 등 4개의 평가 시험을 통과하면 마이스터 자격증(Meister Brief)이 주어진다.

독일에서는 현재 350여종(소시지 제조, 맥주 제조, 자동차 수리 등)의 마이스터가 있다. 특히 사람의 안전·생명과 직결된 40여개 직업의 경우 반드시 마이스터 자격증을 획득하도록 법으로 정해 놨다. 모든 직종의 커리큘럼은 산업계와 정부, 연방상공회의소가 함께 의논해 작성한 만큼 실용적이고 체계적이다. 


- 한국에 아우스빌둥을 도입한 배경은. 

“먼저 이번에 도입하는 아우스빌둥은 한독상공회의소와 한국 내 독일 기업 BMW코리아·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을 도입한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많은 독일 기업들이 국내에서 어떻게 서비스 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다. 둘째, 서비스 품질의 향상 이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또한 기업의 영업이익뿐 아니라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부분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왔다. 특히 이번에 아우스빌둥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인력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함께 시작할 수 있었다.” 


- 아우스빌둥을 통해 독일 진출도 가능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우스빌둥 인증 자체가 독일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진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첫 번째는 언어(독일어)의 해결이고 두 번째는 아우스빌둥 증명서를 독일의 각 기업에서 바로 인정해 주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아우스빌둥을 통한 독일 진출에 대해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국내에서의 아우스빌둥을 통해 한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가 의도하는 바다. 독일 진출은 국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에 어긋난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좋은 기회가 많이 있고 해당 기업에서 맞춤형 직업교육을 이수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양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은 실업률이 높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한국처럼 독일 중소기업도 구조적인 문제를 겪는다. 자동차 관련 부품업체들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는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첫째, 사회 전반적으로 마이스터나 아우스빌둥 제도가 잘 돼 있다. 현장에 맞게 사람을 배치할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아우스빌둥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또 이 기간 동안 각 기업에서의 업무와 학습을 통해 애사심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젊은 인재들에게 애사심도 갖추게 하고, 실제의 업무환경 속에서 계속적으로 직업교육을 지원한다. 아우스빌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독일 모델로 한국에서 첫 시도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중소기업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중소기업에 지원을 많이 해준다.”

이날 함께 자리를 동석한 한독상공회의소 김영진 부장과 윤성욱 과장은 “통계상에서 독일에 비해 국내 청년 실업률이 높다. 이를 아우스빌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산업분야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아우스빌둥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하는 학생들은 해당기업에서 정규직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90%가 넘는다”고 보충 설명했다. 


- 독일 정부의 중소기업을 위한 노력은. 

(기자가 그간 중소기업을 취재한 결과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지원을 받으려면 국책 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결과를 내도 연관성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또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 위주로만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아우스빌둥 관련해서도 독일 정부가 지원해준다. 예컨대 5명이 트레이닝을 하면 지원금이 추가되는 부분이나 또는 독일 정부가 350개의 직업군 체계화를 지원하는 것 등이다. 독일 정부는 명확히 수요가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지원금 등을 지급해주고, 나머지는 시장경제에 맞춰서 운영된다.”


- 보통 중소기업은 급여와 근무환경 등이 좋지 않다고 평가되는데.

“그 점에 있어서도 아우스빌둥이 필요하다. 아우스빌둥을 통해서 젊은 인재들에게 기업에 대한 높은 가치를 심어주고 애사심을 키워줄 수 있다. 또 직업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해준다. 기업 입장에선 아우스빌둥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높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중소기업은 지원자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하고 싶도록 근무환경에 변화를 준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과 다른 장점은 한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국내에서 아우스빌둥을 확대할 계획은. 

“먼저는 올해 도입된 아우스빌둥을 잘 이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자동차 정비 분야에 집중하고, 성공적으로 아우스빌둥이 정착되면 향후 트럭분야와 자동차 세일즈 분야 등 다른 분야로 점차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들은 기업들과 계속 논의해야 한다.”

“아우스빌둥을 한국에서 확대시키려면 한국 정부나 기관과의 협업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함께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식 아우스빌둥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 

수잔네 뵈얼레는 한국에 온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독일의 문화 사이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해 한국이 낯설지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삼겹살이나 삼계탕 등 한국의 음식을 굉장히 즐겨 먹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우스빌둥 채용 설명회를 위해 수많은 고등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한국은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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