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 한강공원에서 치킨 먹고, 프랑스 파리 누비며 셀카 찍어
'제페토(Zepeto)'는 전세계 2억 명이 즐겨찾는 한국 토종 메타버스(가상현실세계)이다. 사용자 80%가 10대이기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시대를 예측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서비스인 셈이다.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유행해도 가상공간에선 마스크도 필요 없고 전세계를 여행 다닐 수 있기에 제페토는 더 활성화됐다. 이곳에서는 휠체어를 타야만 했던 이들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 직접 제페토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상공간 곳곳을 누비고 다녀봤다.
제페토는 현실을 그대로 갖다 놓은 것 같았다. 한강공원과 상당히 유사한 맵에서는 사용자가 만든 캐릭터가 치킨도 먹고 편의점 파라솔 의자에 앉아 라면도 먹을 수 있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를 똑같이 구현해놓기도 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타보기 어려운 벤츠 오픈카도 타볼 수 있었다.
기업들도 제페토에 큰 관심을 보이며 모여들고 있다. CU편의점은 네이버제트와 협약을 맺고 지난달 26일 제페토에 편의점을 오픈했다. CU는 'CU제페토한강공원점'을 시작으로 사용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제페토 교실, 지하철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찌와 프라다, 나이키, MLB 등 명품, 유명 브랜드들도 제페토에 입점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비싸서 멜 수 없었던 구찌 가방도 제페토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해 착용해볼 수 있었다. 명품에 큰 관심이 없어서 명품 아이템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나의 캐릭터가 구찌 제품을 직접 착용해보고 셀카를 찍고 캐릭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친구, 휠체어 없이 맘껏 다녀" vs. "내 캐릭터, 강제 포옹 당해"
제페토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에서 해볼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코로나19와 비용 때문에 해외여행도 쉽게 못 갔다. 하지만 제페토에선 백신, 마스크, 항공티켓 없이 자유롭게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음껏 여행할 수 있었다.
파리의 밤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맵에서는 반짝이는 에펠탑을 구경할 수도 있고, 친구와 함께 만나 에펠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셀카를 찍을 수도 있었다. 연인이라면 이곳에서 서로 사랑 고백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페토에서 대화법은 채팅창에 입력하면 말풍선이 나타나거나 음성으로 할 수 있다.
제페토에선 휠체어가 필요 없다. 현실에서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인 이들도 제페토에선 뛰어 다니고 평소 가고 싶은 곳도 원하는대로 갈 수 있다.
제페토에서 인터뷰에 응한 사용자 클로이는 "나의 친구는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서 어디를 다니기도 불편한 몸이지만, 제페토를 소개해준 뒤로 자유롭게 걷고, 뛰고,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페토의 캐릭터들은 실제의 자신을 반영한 가상 세계의 또 다른 자신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원하지 않는 포옹이나 키스를 하고 그 모습을 셀카를 찍어서 제페토 상의 SNS에 올리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내 캐릭터가 누군가와 껴안고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현실에서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를 할 수도 있지만 가상공간에서의 행위들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실제로 클로이는 "제페토에서 누군가가 계속 나를 따라 다니고 사귀자는 메시지를 보내서 당황스러웠고 불편했다"고 불편한 경험을 토로했다. 현실 세계에선 스토킹으로 신고할 수도 있지만, 제페토에서는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했다. 메타버스 상에서의 규칙과 제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관람·물건구매, 현실과 가상 넘나들 듯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는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미개척지이다. 얼마든지 상상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현실 세계와 연계한 서비스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를 제페토에서 구현하고 홍보했다. 박람회 주최 측은 이곳에서 사용자가 캐릭터로 셀카를 찍으면 아이스크림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10대 청소년들을 겨냥한 홍보 사례이다.
앞으로는 제페토에서 상점이나 영화관, 미술관 등이 생기고 현실과 연계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 상에서 영화관 티켓을 구매하고 자신의 캐릭터가 가상공간의 영화관에 착석해서 영화를 볼 때, 실제로는 자신의 PC모니터를 통해 그 영화를 보는 방식이나 실제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보는 방식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메타버스 상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해당 가상공간의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해서 360도 3차원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예측할 수 있다.
거래를 위한 통화도 이미 준비됐다.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가 전 세계에 활성화되고 있고, 국내외 중앙은행에서도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가상공간에서 거래되는 사이버머니가 실제 화폐 가치로 인정을 받아 각종 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조 메타버스 격인 '싸이월드'도 보다 진보한 모습으로 곧 개장한다. 가상공간에서 미니홈페이지의 BGM(배경음악)이나 캐릭터 옷 등을 구매할 수 있었던 싸이월드의 '도토리'도 가상현실과 현실에서 동시 사용 가능한 가상화폐로 발전할 예정이다.
by 다니엘손(손기호), 클로이(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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